미국의 대표적 사설교육업체 실번의 일리노이주 시커모어시 센터의 한 교실, 네 살 배기 행크 반즈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선생님과 마주 앉는다.
여기서 매주 두시간씩 읽기를 배우기 시작한 지 6개월째. 행크의 엄마 에이미는 “자기 이름을 쓰기는커녕 알파벳 구분도 못하던 행크가 이젠 유치원에 갈 준비가 됐다”고 만족해 한다. 매달 400달러씩 내는 수강료가 아깝지 않다는 표정이다.
미국에서 글자를 깨우치고 책을 읽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자녀들을 ‘유치원 예비학교’에 보내는 조기 선행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13일 보도했다.
초등학교 1,2학년 때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에서, 유치원에서 배워야 할 것은 유치원 예비학교까지 다니며 배우는 식으로 4~5세부터 ‘공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카플란, 실번 같은 사교육 업체들이 마련한 유치원 예비학교의 꼬마 고객들은 대개 두 부류. 학습치료가 필요한 경우 아니면 자녀가 또래에 앞서기를 바라는 부모의 치맛바람에 이끌려온 경우이다.
일찍부터 배울수록 나중에 학교에서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연구결과들 때문에 시작된 조기교육 붐은 몇 년 새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낙제학생방지(No Child Left Behind)법 정책에 따라 취학 전에 읽기와 간단한 셈 정도는 떼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면서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카플란의 스코어교육센터에 등록한 8만 명 학생 중에서 5분의 1이 4~6세 아동들이고, 실번은 올해 안에 2년짜리 유치원예비 학습센터를 1,2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아시아 이민자들이 주 고객인 일본계 구몬북아메리카는 심지어 2세짜리 프로그램까지 마련했다. 읽고 쓰기, 셈하기는 물론 축구 가라테 농구 피아노 등도 과외과목도 다양하다.
그러나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어린 아이들을 성인용 테이블에 한시간씩 앉혀두면서 플래시카드, 퍼즐, 문제연습지를 활용해 단어를 암기하게 하는 주입식 수업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데이비드 엘카인드 터프츠대 교수는 “체험학습이나 놀이학습처럼 아동들에게 좋다고 생각되는 것과 정반대”라고 비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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