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북한에 전력을 직접 공급하는 방안을 담은 대북 중대제안은 미국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3일 ‘중대제안’을 ‘창의적’이고 ‘유익한’ 방안이라고 불렀다. 이런 평가는 결코 즉흥적이거나 일과성이라고 할 수 없다.
라이스 장관은 9일 아시아 순방을 떠나면서 대북 에너지 지원 방안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한국측이 몇 가지 유용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방한 길에 더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스 장관을 수행중인 미 고위 관리도 10일 “한국의 중대제안은 지난해 6월 3차 6자 회담 때 제시한 미국안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라이스 장관의 평가는 1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설명을 직접 들은 이후 갖고 있던 어렴풋한 호감이 이번 방한의 결과로 보다 뚜렷해졌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 대가로 건넬 에너지 보상안에 대해 두 가지 선을 긋고 있다. 핵 발전소 건설 지원은 안된다는 것과 에너지 지원은 미국의 몫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지 W 부시 정부는 경수로 방식의 원자로 2기를 북한에 제공키로 한 1994년 제네바 핵합의를 뇌물약속문서로 인식해왔다.
경수로든 중수로든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시설을 북한 땅에 두는 것은 핵 확산의 위험이 큰 불량국가의 손에 핵무기를 쥐어 준 꼴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발전시설을 남한에 두고 완제품을 직접 공급하는 방식은 미국에게는 “북한의 에너지 수요 충족 문제를 핵 확산의 위험 없이 다룰 수 있는 창의적 구상”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이 대북 중유 공급에 참여하느냐 여부다. 중대 제안에는 북한의 핵 폐기 합의부터 2008년 송전시설 완료 때까지 3년 동안 미국을 포함한 6자 회담 참가 5개국이 중유를 제공하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 중유 공급을 북한에 준 클린턴 정부의 뇌물이라고 비판해온 부시 정부가 부분적으로나마 중유공급 재개에 참여할지는 미지수이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물질적 지원은 한반도 주변 국가의 몫으로 돌리면서 북한에 안전보장을 해주고 점진적으로 테러지원국 해제, 경제 제재 해제 등을 약속하는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워싱턴=김승일 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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