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동시 방문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최초다. 반 장관은 샤론 이스라엘 총리와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에게 중동평화 협상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지 입장을 전달했다.
양측 정부의 예우는 파격적이었다. 실반 샬롬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확정돼 있던 외국방문 일정을 취소하고 우리 장관을 맞았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전례없는 환영행사를 열었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위상이 높아진 결과이기도 하고, 중동평화 정착에 대해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높아진 까닭이기도 하다.
이번 방문은 강대국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중동 지역에서 균형과 실리에 바탕을 둔 틈새 외교라고 할 수 있다. 그간 우리 외교는 석유와 중동 건설시장 때문에 아랍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을 과감하게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 고위인사가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누적된 불만을 일소할 수 있었다. 동시에 반 장관은 팔레스타인을 방문해 압바스 수반과 알 키드와 외무장관을 만나 ‘일반대표부’의 상호 설치에 합의하였다.
여태까지의 어정쩡한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팔레스타인 땅에 한국 공관이 없다는 팔레스타인 측의 누적된 불만도 추스르게 되었다. 경제 분야에서 챙긴 실리도 알차다. 이스라엘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분야에서 세계 첨단이다. 이스라엘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우리 기업의 생산시설 및 마케팅 네트워크를 접목시키기로 하였다.
수십 년간 투쟁과 혼란을 거쳐 온 팔레스타인 주민의 생활상에도 각별한 관심을 표하였다. 우리 정부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훈련센터와 여학교를 짓고 있다.
70여 개 공립학교에 컴퓨터실도 설치하고 팔레스타인 학생에게 영양제도 보급하고 있다. 우리 측은 이번에 추가 원조를 약속하였다. 인도적 지원이라는 숭고한 뜻과 함께 본격적인 재건사업이 펼쳐질 때를 대비해 우리 기업의 진출 기반을 닦아 놓는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_팔 문제에 관한 한 우리는 후발 주자다. 우리가 미국처럼 중동평화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진국들처럼 거대한 원조자금을 쏟아 부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선순위에 따른 집중 외교, 양측을 다 우방으로 묶어두는 균형 외교, 그리고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실리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우리 장관의 이_팔 방문은 앞으로의 대 중동 외교의 초석을 깐 것이다.
박경탁 주이스라엘 대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