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대북 중대제안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배경에는 국민 지지를 밑거름으로 4차 6자회담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이번 중대제안이 공개될 경우 남측이 대북 에너지와 경제지원을, 미국이 대북 안전보장을 각각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명확해지면서 북핵 협상의 추진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개는 북핵 문제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모아 이를 6자회담장으로 이어가려는 정부의 의중이 실려있다.
5월16일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이봉조 통일부차관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는 중대제안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언급한지 57일 동안, 6월 17일 평양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중대제안을 설명한지 25일 동안 국민과 언론의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정부는 관련국의 검토가 진행되는 만큼 공개가 적절치 않다고 함구해왔다.
일각에서는 북한, 미국 등 회담 참가국이 접한 제안내용을 우리 국민만 모르고 있다는 푸념도 나왔다. 대북 경제지원의 부담이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궁금증은 반드시 해소돼야 했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적절한 시점에 중대제안의 전모를 공개한다고 밝혔고, 6자회담 재개가 확정된 현 시점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중대제안은 북한을 회담장으로 끌어내는 유인책이 아니라 실제로 협상을 진전시키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공개 자체를 6자회담을 진전시키는 촉매제로 상정하고 있다.
중대제안은 본질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좁히는 최대공약수를 지향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공개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해 중대제안을 모범답안으로 만들기 위한 의도도 내포하고 있다.
중대제안의 골자는 전향적인 대북 경제지원책이 포함돼 있다. 우선 북한이 핵 폐기를 전제로 한 동결에 들어가면 일본, 중국과 함께 우리측이 대북 에너지(중유)지원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어 핵 폐기 단계에 진입할 경우 미국이 부정적인 원자력발전소 대신 화력발전소 건설에 나서고 북한 경제를 획기적으로 재건할 수 있는 대규모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중대제안의 보다 큰 함의는 한미간 역할 분담과 함께 향후 남북관계의 질적인 개선과 남북한 경제통합을 향한 초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즉 북핵 해법 차원을 넘어서는 남북관계의 비약적인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중대제안에는 북핵 문제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끌고 갈 지, 남북한을 아우르는 민족 경제에 대한 구상 등이 담겨져 있다”며 “우리가 한반도 문제의 3자적 위치에 있었던 ‘잃어버린 12년’을 만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하기까지에는 어려운 난관들이 있다. 우선 북한이 6자회담장에서 핵을 포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면서 실질적 협상에 나서야 하고, 이후 북미간에 체제 안전보장과 북미관계 정상화에 관한 빅딜이 성사돼야 한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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