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는 영화인들마다 조심스럽게 묻는다. “배우들 출연료, 지분요구를 둘러싼 문제를 어떻게 보세요.”
그들의 질문에는 두 가지가 속뜻이 숨어있다. 하나는 사안을 너무 한쪽 잘못으로만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지금 와서 이 문제를 부각시킨 이유가 뭐냐는 것이다.
질문의 의도에 맞춘 답을 해보자. 이번 사안은 사실 너무 일방적이다. 제작자들이 단합해 배우와 매니지먼트사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았다.
강준만 교수는 사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자기반성 없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을 보고 포퓰리즘이라고까지 했다. 제작자들이 ‘횡포’라고 말하는 배우들의 요구는 어제 오늘 일도, 또 배우만의 책임도 아니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투자자와 제작자의 스타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것이다. 하늘같이 떠 받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내려와”라고 한다.
냉정히 말하면 배우들의 요구는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지금 한국영화에서 최고 권력은 ‘인기’ 곧 배우다. 스타를 쓰면 100만 명의 관객이 더 든다면, 스타는 당연히 그 몫을 요구할 수 있다.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국내 상영중인 ‘우주전쟁’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주연배우 톰 크루즈도 지분을 받는다.
권력은 돌고 돈다. 한국영화에서도 제작자 전성시대가 있었고, 투자자 만능시대가 있었다.감독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최민식 송강호를 비난한 강우석 감독도 불과 얼마 전 ‘실미도’에서 지명도(인기)를 내세워 지분을 챙겼다.
싸이더스픽쳐스의 차승재 대표 역시 지금 제작자들의 ‘공공의 적’이 된 매니지먼트사 싸이더스HQ와 한때 한솥밥을 먹었다. 캐스팅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었다.
배우들에게도 분명 문제는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권력(인기)을 강제로 뺏는 것은 또 다른 ‘횡포’다. ‘그들을 쓰지 않고 영화를 만들자’ ‘배우학교를 만들어 쓰자’는 제작자들의 말도 공허하기 그지없다.
10년 전에도 배우들에게 끌려 다니다 못한 그들이 같은 선언을 했지만, 공염불이 됐다. 각자 이익에 따라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기 때문이다. 배우양성도 말 뿐이었다. 설령 배우를 키워 쓴다고 하자. 그들이 인기스타가 됐을 때도 출연료, 출연작품을 제한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또 다른 노예계약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며, 현실성도 없다.
배우의 출연료를 뺏는다고 영화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배우들의 또 다른 횡포(무성의한 연기)만 유발 할지도 모른다. 또 지금까지의 행태를 보면 그 돈이 스테프의 처우개선에 쓰이기보다는 제작사의 또 다른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보다는 배우들에게 권리만큼의 책임을 요구하고, 배우 스스로 그런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출연료는 적게 받되 흥행에 다른 성과급을 주는, 지분요구의 생산적 활용방식이 필요하다.
그러면 배우는 작품 선정에 신중 할 것이고, 자신의 영화에 애정을 갖고 혼신의 연기를 펼칠 것이며, 할리우드 스타들과는 대조적으로 촬영만 끝나면 “난 몰라”라며 홍보ㆍ마케팅에 무성의한 태도도 바뀔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배우들이 이런 방식에 흔쾌히 동의할지도 모른다. 또 하나. 만에 하나 이번 갈등의 숨은 속셈이 이동통신사의 뭉칫돈 먼저, 혼자 차지하기라면 한국영화계는 정말 3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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