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가 교도소 정문을 걸어 나갔다. 어느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았다. 택시까지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 어떤 탈옥영화보다 기막힌 드라마가 11일 전주교도서에서 벌어졌다.
교도소측의 해명은 “워낙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해 감쪽같이 속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광주지방교정청의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교도소의 잘못이 여실히 드러난다. 탈옥수 최병국(29)은 11일 오전11시40분께 구내운동장에서 운동을 하다 1.8m 높이의 구내 담장을 넘었다.
이를 눈치챈 직원은 없었다. 사복을 속에 껴입고 있었던 최는 죄수복을 벗어 버리고, 준비한 노트를 들고는 사무직원인 양 교도관이 지키는 문을 통과했다. 그를 알아본 교도관은 없었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교도소측은 1시간 뒤에야 최의 탈옥 사실을 눈치챘다. 교도소측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최는 연고지 대전에서 고향친구와 남동생을 잇따라 만난 뒤 잠적했다.
재소자 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이번만은 아니다. 4월 7일 새벽엔 치질 수술을 받기 위해 경북 안동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청송보호감호소의 이낙성(41)이 도주했다. 당시 보안요원 3명은 모두 이씨 병실에서 잠들어 있었다. 역시 감호소 측이 헤매고 있는 사이 이씨는 서울로 잠입했다. 15일이면 탈주 100일째다.
늙고 병든 이낙성이 3개월 이상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젊고 민첩한 최병국이 ‘제2의 신창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죄수를 놓친 것에 대한 책임이나 탈주범을 잡아야 하는 의무는 분명 교도소 측에 있다.
하지만 경찰도 책임과 의무가 없을 수 없다. 그들은 ‘가장 명백한 우범자’이기 때문이다. 책임을 따지고 관리를 떠들고 있는 사이 탈주범들은 도심을 활보하고 있다.
고찬유 사회부 기자 jutda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