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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들을수록 빠져드는 라벨 '마법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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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들을수록 빠져드는 라벨 '마법의 정원'

입력
2005.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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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이 채 안 되는 클래식음악 중 가장 감동적이며 아름다운 곡을 꼽는다면…. 물론 여러 가지 있겠지만 이 음악을 들어보라. ‘마법의 정원’이다. ‘마법의 성’이나 ‘비밀의 정원’ 같은 제목하고 햇갈릴 걸. 다시 한 번 ‘마법의 정원!’ (‘요정의 정원’이라고도 불려서 더 오락가락하게 만든다.)

모리스 라벨이 만든 이 작품은 원래 피아노 연탄곡이다. 어릴 때 선생님과 함께 피아노에 앉아 4개의 손으로 치던 그걸 연탄곡이라고 한다. 어려운 인상주의 음악이나 작곡한 줄 알았던 라벨이 스승과 학생이 함께 칠 수 있도록 동화책 내용을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사실. 고마운 사람이다. (알고 보면 이게 그리 쉽지 만은 않으므로)

이 동화모음곡은 ‘어미 거위’라는 프랑스 그림책을 토대로 만들었다. 원곡은 5곡으로 되어있는데,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파반느’ ‘미녀와 야수의 대화’ 등 아기자기하고 짧은, 그러나 인상파 특유의 몽환적인 음악으로 이루어져있다. 자, 우리가 주목할 작품은 마지막 곡인 ‘마법의 정원’이다.

‘마법의 정원’ 이라는 동화를 찾아보면 그 내용을 알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이건 동화의 제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왕자의 키스를 받고 깨어나는 바로 그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며, 말도 안 되는 뻔한 그 장면이다. 페미니즘이나 계급의식과 관련된 토론은 여기서 다룰 바가 아니다. 우리는 이 음악에 주목하자. 얼마나 멋진 음악이 이런 작은 작품에 숨어있었나, 바로 그 놀라움에 감탄하자는 얘기다.

라벨도 이 작품에 애착이 커서, 그가 후에 특기 1번으로 삼은 ‘오케스트라로 편곡하기’ 목록에 넣었다. 라벨이 음악사에 남긴 가장 큰 업적이 오케스트라 편곡이라는 사실은 유명하다.

대표적으로 무소르그스키의 피아노 독주곡이었던 ‘전람회의 그림’을 엄청난 규모의 오케스트라로 만들어 원작곡자를 민망하게 한 사건을 보라. 그는 자신이 젊을 때 작곡한 여러 작품도 이렇게 다시 만들었는데, ‘어미거위 모음곡’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리는 ‘마법의 정원’이라는 곡을 영화음악처럼 화려한 음색으로 들어볼 기회도 선물 받았다.

마치 우주선이 화려하게 날아가는 듯한 스펙터클과 눈물을 흘릴 정도의 감동은 라벨의 어느 음악보다도 뛰어나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카페에서 틀어도 손색이 없다고 말하면 좀 가벼워지겠지만, 모든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도 이 곡을 표현하기 힘든 나를 이해해줬으면 한다.

듣는 순간 중독되어버리고, 이 짧은 음악을 계속해서 반복해서 듣게 되는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이런 음악이 뉴에이지나 영화음악이 아니라 클래식에도 존재하며(어쩌면 순서상 클래식이 먼저인 것은 당연하다) 당신을 클래식음반 매장에 들어가 찾아달라고 소리지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클래식의 파워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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