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돈(money)과 대학의 독립(independence)을 모두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로버트 러플린 총장은 12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서울대와 교육부의 대학입시안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러플린 총장은 “대학은 정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적일 때 강해질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부 돈을 받는 대학은 그에 대한 정부의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입장에서는 돈을 지원했는데 돌아오는 성과가 없으면 화가 나는 법”이라며 “다만 한국의 좌파 정부(참여정부)는 그 반응이 매우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러플린 총장은 “한국에서 지금은 (정부 돈을 받는) 국립대가 강세이지만 앞으론 (독립적인) 사립대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엘리트 대학은 거의 모두 사립이며,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은 주 정부의 예산지원 축소로 등록금을 인상해야 하는 등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취임 직후 제기됐던 ‘카이스트 사립화 논란’을 상기시키고 “나는 개인적으로 대학의 ‘독립(사립화)’을 희망하지만, 한국 국립대의 개혁 방향은 한국의 유권자들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면서 “지금은 한국 대학의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1년간 KAIST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얻은 가장 큰 성과로 “한국 연구계의 약점인 ‘고객만족의 원칙’을 KAIST 내에 분명히 세우고, 대학에도 시장 원리를 확산시킨 대목”을 들었다. 아쉬운 점으로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는데 우리 대학에서는 이 분야의 연구 성과가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