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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기자의 증시, 어제와 오늘] 화장실에 가면 ‘회사 주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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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기자의 증시, 어제와 오늘] 화장실에 가면 ‘회사 주가’ 보인다

입력
2005.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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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 투자 종목마다 대박을 낸다고 해서 ‘여왕개미’로 불렸던 K씨. 자신의 투자경험을 바탕으로 책까지 냈던 K씨의 투자비법은 기업 현장방문이었다. K씨는 신문기사와 재무제표 분석 등으로 유망기업을 3~4개로 압축한 뒤 해당 기업을 일일이 방문했다. 그런데 기업을 방문하면 항상 직원 화장실로 직행하곤 했다. K씨는 “회사 사장이나 IR담당자들이 아무리 좋은 회사인 척 거짓말을 해도 화장실이 더러우면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무제표와 대주주의 인품보다 화장실로 그 회사를 평가하려는 K씨의 방법은 일견 비합리적이지만, 경영학이나 컴퓨터 공학에서는 이를 ‘휴리스틱(Heuristic)’ 접근법이라고 부른다. ‘발견하다’라는 뜻의 그리스어(Heuriskein)에서 유래한 휴리스틱 접근법은 실제 경험에서 얻은 문제 해결방법을 뜻한다. 휴리스틱 접근법이 가장 합리적인 문제 해결방법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적의 방법을 찾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경제적인 경우가 많아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된다.

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5년6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감한 주제인 만큼 내로라 하는 분석가들의 갑론을박만 이어질 뿐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주식을 팔아야 할지, 아니면 주식을 더 사야 할 것인지 투자자들은 헷갈릴 뿐이다.

전문가들이 최적의 방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남은 것은 휴리스틱 접근법이다. 주가가 1,000선을 넘었던 1999년 말과 2000년 초의 여의도 증권가와 2005년 현재의 모습은 얼마나 비슷할까.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증시가 과열되면 여의도 술집이 번창하고, 한국 증시의 대표주인 삼성전자 주가가 100만원을 넘어갈 것이라는 보고서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증권사 객장마다 아줌마 부대가 나타나 종목을 불문하고 주식을 사달라는 광경이 펼쳐졌고, 증권사 말단 직원까지 억대 연봉을 받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수는 없지만, 2005년 7월 여의도 증권가에는 아직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술집은 여전히 잠잠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장밋빛 보고서도 등장하지 않았다. 증권사 직원들의 주머니 사정도 썩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휴리스틱 접근법은 ‘2005년 한국 증시는 전반적인 재평가 과정을 밟고 있으며, 과거처럼 1,000선 아래로 급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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