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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옛 경제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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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옛 경제의 복수

입력
2005.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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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통계는 세계 10위권의 우리 경제 위상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하루 석유소비량은 228만배럴로, 미국 중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7위를 차지했다. 연간 총 수입량은 세계 4위인 8억2,700만배럴이며, 작년 금액으로 280억달러를 넘었다.

1차 에너지원 중 석유의존도는 2000년 52%에서 작년 45%로 줄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재탕, 삼탕의 수많은 에너지 정책을 비웃듯 1990년대 이후 오히려 석유소비 증가율이 OECD 평균의 5배에 달한 결과다.

△국내 도입 원유의 80%를 점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엊그제 배럴(160ℓ) 당 55달러 벽을 깼다. 정부가 올해 예상한 평균 도입단가는 35달러선이지만, 이런 추세라면 50달러대로 치솟는 것은 시간문제다.

상반기 석유수입액도 177억달러를 넘어 지난 해보다 45% 늘어났다. ‘7ㆍ7 런던 테러’까지 터져 가뜩이나 불투명한 하반기 석유시장이 더욱 혼란스럽다. 성장률 경상수지 물가 등 거시 목표가 휘청거리자 다급해진 정책당국은 또다시 차량 10부제나 영업시간 제한 등 흘러간 옛 노래를 들고 나온다.

△하지만 목소리는 매우 낮다. “캠페인성 억제 정책은 효과도 없이 소비심리만 위축시킨다”는 재계의 목청이 더욱 크다. 답답한 사람들은 서민들이다.

양면성을 가진 환율과 달리, 고유가는 곧바로 주머니를 털어간다. 7월 첫째 주유소 ℓ당 평균 휘발유값은 전국 1,425원, 서울 1,473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강남ㆍ여의도 등 일부 지역에선 1,530원대로 치솟았다. 관련통계가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다. 석유협회가 평균적 운전자의 지난 달 휘발유 구매액을 조사했더니 연초보다 17% 이상 증가한 14만원대였다.

△요즘 미국 주유소들은 기름 도둑들로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대부분 셀프 서비스인 점을 이용해 주유 후 돈을 내지 않고 뺑소니치는 민생형, 아예 지하 주유탱크에 호스를 연결해 통째로 빼가는 기업형 등 형태도 다양하다.

담배처럼, 기름이 곧 돈으로 인식되는 까닭이다. 누구는 이를 “IT 등 신(新)경제에 마취돼 석유정제시설 확충이나 대체에너지 개발을 게을리한 것에 대한 구(舊)경제의 복수”라고 표현했지만, 그런 차원을 떠나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자원 문제는 국가의 장기발전전략과 직결된 것이다. 중국지도자들은 지금 자원외교에 국운을 걸었다고 하지않는가.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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