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의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워크아웃) 졸업이 공식 선언된 12일 기업홍보(IR)팀 김정수(46) 부장의 표정은 의외로 굳어 있었다.
김 부장은 “워크아웃 졸업은 분명 기쁜 일”이라며 “그러나 그보다 앞으로 이뤄야 할 새 비전과 꿈 때문에 구성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회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의 말대로 하이닉스의 워크아웃 공식 졸업은 임직원들에게 ‘세계 1위 도약’이라는, 앞으로 이뤄내야 할 새 비전이 현실의 목표로 체감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날 워크아웃 졸업을 자축하는 어떠한 행사도 갖지 않았다. 우의제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로 자축 행사를 대신했다. 우 사장은 “성공은 자기만족을 낳고, 자기만족은 실패를 낳는다”며 졸업이라는 ‘열매’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했다.
하이닉스의 워크아웃 졸업은 당초 예정(2006년 12월31일)을 1년6개월 가량 앞당겨 3년 9개월만에 이뤄졌다. 공동관리 체제 이후 자산매각, 외자유치 등이 이뤄졌고 통신, 액정화면(LCD) 부문을 비롯해 지난해 비메모리 부문까지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을 매각하는 혹독한 구조조정의 성과였다.
그러나 ‘독자 기업’ 하이닉스가 안게된 책임과 과제도 상당하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주인 찾기’다. 일부 대기업과 연기금의 인수설이 나오지만 당사자들이 부인하는데다, 하이닉스 기업 규모를 볼 때 웬만한 기업 및 기관의 단독 인수는 불가능하다는게 중론이어서 주인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국내 매각이 우선이라는 분위기 만큼은 강해 보인다. 채권단은 올 하반기에 연기금 등 국내 전략적 투자자들에게 30% 안팎의 하이닉스 지분을 공동 매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말 이후에는 해외 매각도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13일 주식관리협의회를 구성, 보유중인 하이닉스 출자전환 주식(전체의 81.4%)의 매각 가격과 시기, 방법 등을 협의한다.
나머지 연내 공동 매각분을 제외한 51.4%에 대해서는 매각제한 기간을 2007년 12월31일까지로 1년 연장하되 이 기간중이라도 주식관리협의회의 결의를 얻으면 공동 매각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주식관리협의회는 외환은행(12.8%) 우리은행(13.4%) 조흥은행(10.24%) 산업은행(7%) 등으로 구성된다.
하이닉스로서는 지속적인 경영 성과로 좋은 주인을 맞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우 사장은 “올해 경영 목표는 ‘글로벌 메모리 회사’로의 도약”이라며 “불안정한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 메모리 가격 하락 등 어려운 여건이지만 위기를 극복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자립 경영의 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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