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운찬(사진) 총장이 열린우리당과 교육인적자원부가 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안 철회를 요구하기 이틀 전 EBS 권영만 사장을 만나 “논술 때문에 괴롭다”며 EBS의 도움을 요청했다. 정 총장은 당정의 입시안 철회 요구 이전에 교육부로부터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와 관련된 요청을 받고 대응책을 모색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12일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장은 4일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권 사장 등 EBS 관계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서울대 입시안 가운데 논술고사 부분에 대해 고민을 털어 놓았다. 이 자리는 권 사장이 EBS에 오랫동안 정책자문을 해 온 정 총장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정 총장 이외에 서울대 관계자는 배석하지 않았다.
정 총장은 “(서울대) 교수들과 교육부가 논술고사를 놓고 시각 차이가 커 고민”이라는 말로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도입 방침에 대해 교육부가 브레이크를 걸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정 총장은 또 논술고사 채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EBS가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 총장은 “교수들의 논술 주관식 문제 채점에 객관성이 떨어진다” “(교수들이 매기는 점수가) 점심 식사 전ㆍ후에 다르다”는 등의 말로 논술고사 채점의 문제를 지적했다. 권 사장은 “EBS논술연구소에서 논술고사 평가 기준을 만들 용의가 있다”는 말로 정 총장의 요청을 대신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한편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11일 오전 실ㆍ국장 회의를 갖고 “정부가 마련할 논술고사 가이드라인이 충실히 반영된 논술 강의를 EBS가 9월부터 시행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각 대학이 2008학년도 입시안에서 변별력 측정을 이유로 앞 다퉈 논술고사를 강화키로 해 논술 사교육 시장이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EBS가 논술 과외를 상당부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논술 강의의 수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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