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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의 반란] (1) "우리 서로 사겨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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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의 반란] (1) "우리 서로 사겨염"

입력
2005.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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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초딩학생들을 가리키는 은어)의 반란 <1> “우리 서로 사겨염(사귀어요)”

초등학생들의 성인 흉내가 심각하다. 인터넷 보급 확산으로 초등학생들이 성인 사이트를 드나드는 것은 다반사가 됐으며, 과도한 애정표현을 하거나 일진회를 모방한 폭력조직을 만드는 일도 새삼스럽지 않다.

특히 여름방학을 맞아 주요 인터넷 사이트는 자유시간이 늘어난 이들의 세상이 된다. 인터넷상의 초등학생 무법자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연예 등 각종 사이트에 들어가 별다른 이유없이 엄청난 욕설을 해대는 바람에 서버 관리자들이 골치를 앓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인터넷 실명제가 한 방법이 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교권회복과 가족공동체의 복원 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5회에 걸쳐 이들의 행태를 분석해 보고 이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모색해 본다.

서울 C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Y(32ㆍ여)씨는 최근 시내 백화점에 들렀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방금 학교 문을 나선 자신의 반 남녀 학생 2명이 손을 꼭 잡고 백화점 명품 화장품 코너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것. Y씨가 “여기서 뭘 하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커플이 된 지 22일째 되는 날이라 선물을 주고받기로 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했다.

잠시 후 다른 반 남녀 학생 2명이 나타나더니 “4명이 함께 게임방에서 더블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Y씨가 후에 알아보니 이들은 학급에서 서로 ‘남친’(남자친구) ‘여친’(여자친구)으로 부를 정도로 공인된 커플이었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 때마다 꼭 붙어 다녀 벌써 ‘닭살 커플’이란 말을 듣고 있을 정도였다.

초등학생들의 당돌한 연애가 어른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성에 이제 막 눈을 떠 갈 나이에 일부 학생들은 성인들처럼 커플 행세를 하며 고가의 선물 공세를 벌인다. 이들에게 똑 같은 모양의 옷과 반지를 구입해 착용하는 커플 룩과 커플 링은 익숙한 모습이다. 심지어는 진짜 ‘금반지’를 끼기도 하며, 돈이 없는 학생들은 모조품 반지라도 구입한다.

사귀기 시작한 날짜를 계산해 만나는 ‘OO일 기념데이’ 등도 흔한 일이 됐다. 사귄 기간이 얼마정도가 지나면 본인들이 다른 친구들을 초청해 자축 파티를 열거나 아니면 다른 친구들이 공개 축하 파티를 열어준다.

이 뿐만 아니다. 인기 많은 남학생이나 여학생 1명을 두고 여럿이 좋아할 경우 각종 방법으로 커플이 결정된다. 서울 J초등학교 5학년 S군은 지난달 ‘새 여친’을 만들기 위해 남자친구와 주먹다짐을 벌여야 했다. 결투에서 진 학생은 그 여학생과의 만남을 포기했다. 또 다른 학교의 6학년 Y양은 남학생 3명이 한꺼번에 구애하는 바람에 기간을 나눠 만나기로 합의했다.

애정 표현도 성인 뺨치는 수준이 됐다. 교내에서는 짬 날 때 마다 커플끼리 체육관이나 운동장의 으슥한 곳에서 몰래 데이트를 하며, 방과 후에는 오락실이나 놀이터 등 자신들만의 공간을 찾는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초등학생들의 연애방법 등을 담은 각종 카페 등이 생겨나고 있다. 한 사이트 게시판의 ‘초딩 여친과 키스하는 법’이란 글에는 어린 네티즌들의 각종 경험담이 수십건이나 붙어있다. 심지어 최근엔 ‘딥키스 나누는 초딩’이란 제목의 사진이 온라인에 빠른 속도로 유포되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온ㆍ오프라인 청소년 상담실엔 이성교제나 성 문제에 관한 초등학생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터넷 상담전문 사이트 카운피아(www.counpia.com)의 초등학생용 게시판에는 “그랑 사귀게 됐으면 하는 소망은 있지만 적당한 때까지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그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사귄 지 20일 된 남자친구가 마음이 식은 것 같아 걱정이다” 등 20대를 연상케 하는 내용의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또 한국사회조사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자 34.4%, 여자 28.8%가 ‘특별히 사귀는 이성친구가 있다’고 응답했다.

서울 S초등학교 교사 Y(33)씨는 “가정교육이 점점 ‘솔직함’을 강조하는 추세라 그런지 요즘 애들은 이성친구에 대한 자랑, 이성교제에 관한 고민을 솔직히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는 TV 드라마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연상연하 커플의 영향으로 6학년 여학생들이 4,5학년 남학생들과 사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이은경(40) 책임원구원은 “대중매체와 인터넷 보급 등으로 초등학생들도 성인 세계의 사랑과 자기들의 사랑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의 행동을 무시하기보다는 ‘사랑에는 책임감이 따른다’는 사실을 꾸준히 일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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