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투, 쓰리~ 원, 투, 쓰리~.”
푸른상호저축은행 남현동(57) 사장 방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소리가 흘러 나온다. 늦은 춤바람(?)이 난 남 사장이 댄스화를 신고 혼자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남 사장은 본인 의지와는 무관하게 춤의 ‘광활한’ 세계에 빠져 들었다. 매년 불우이웃돕기 자선공연을 하는 사내 합창동호회‘푸른 코러스’의 ‘자이브’(‘지르박’이 진화한 것으로 아메리칸 스윙이라고도 함) 댄스공연을 본 한 고객이 남 사장에게 “사교댄스 모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처음엔 주저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고객의 건설적인 제안을 수용하는 게 도리라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춤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남 사장이 본격적인 춤 배우기에 돌입한 것은 약 3개월 전. 그가 매주 목요일 저녁 사내 댄스동호회 연습시간에 나타나자, 직원들은 크게 당황했다. ‘사장님’과 함께 춤을 배워야 한다는 어색함도 있었지만, 진짜 곤란한 것은 진도였다.
직원들은 이미 ‘룸바’(활기차고 빠른 리듬의 쿠바 민속 춤)를 배우고 ‘자이브’로 진도를 나가야 할 시기였지만, 뒤돌아보면 사장은 아직도 ‘블루스’ 스텝을 밟고 있었다. 남 사장을 버려둔 채 진도를 나갈 수도, 그렇다고 블루스로 퇴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눈치 빠른 남 사장이 직원들의 난감해 하는 분위기를 놓칠 리 없었다. 그는 결국 강사를 초빙해 개인훈련에 돌입했다. 그때부터 사장실 한 구석에는 댄스화가 준비됐고, 업무가 한가한 시간이면 문틈 사이로 “원, 투, 쓰리~ 원, 투, 쓰리~”라는 스텝을 밟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남 사장은 “이제는 댄스동호회 직원들과 어울려 함께 연습할 정도가 됐다”며 “회원들에게 ‘나도 좀 유연해 졌지’라고 말하면 모두들 수긍한다”고 자랑했다.
남 사장은 타고난 영업맨이다. 1979년 푸른상호저축은행(당시 사조상호신용금고) 입사 이래 단 한 차례도 ‘영업왕’ 자리를 내놓은 적이 없다. 그는 “영업을 잘 하겠다는 욕심에 배운 바둑이 이제 아마3단이고 골프는 싱글 수준”이라며 “이러다 댄스선수가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활짝 웃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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