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맑은 날 나는 우포에서 수면 아래로 구르는 해를 보았고, 보름밤에는 둥근 달이 구르는 걸 보았다. 그것은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이글거리면서 또는 해말간 은쟁반처럼 천천히 굴러갔다.
7월에는 늪의 많은 부분이 가시연잎으로 덮이는데, 그 큰 잎은 무수한 살이 박힌 바퀴처럼 당당하다. 너무나 당당해, 그 바퀴를 굴리면 흡사 거대한 공장처럼 이 늪의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가동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열 번을 읽어도 빛나는 이 문장은 대구의 시인 이하석 선생이 올해 초에 펴낸 ‘늪을 헤매는 거대한 수레’라는 산문집 가운데 경남 창녕의 우포를 묘사한 글이다. 이 아름다운 산문집을 읽을 다음 나는 올 여름에 꼭 우포로 가 보고 싶었다.
그곳에 가서 수면 아래로 구르는 해와 달을 보고, 커다란 가시연잎 하나를 내 손으로 돌려 그것과 맞물려 있는 모든 가시연잎들을 톱니바퀴처럼 돌려 보고 싶었다.
우포늪은 나이가 1억만년이나 되는 국내 최대의 원시 상태를 간직한 자연늪이라고 한다. 그동안 말로만 우포, 우포하고 들었는데 올 여름엔 꼭 그곳으로 가족과 함께 길 위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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