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대통령은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주택 공개념을 도입하겠다는 강수(?)를 던졌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주택을 여러 채 가진 사람과 투기로 떼돈 번 사람들을 혼내주겠다는 뜨거운 가슴이 주택시장을 관통하는 냉엄한 수요ㆍ공급의 논리를 보아야 하는 냉철한 머리를 앞지른 것이다.
본래 공개념은 토지에 대하여 헨리 조지(1839~1897)가 주창한 개념이다. 조지는 1879년 발간된 유명한 저술 ‘진보와 빈곤’에서 진보가 눈부시게 진전됨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사라지지 않고 진보와 이웃해 있음을 직시하고 그 이유를 소득 분배 불공평으로 보았다.
산업혁명을 통해 기술 혁신이 일어나 사회 전체의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데도 빈곤 또한 더욱 확대되어 여전히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주택 공개념이 혼란 불러
조지는 소득 분배 불공평의 원인으로 토지 사유 제도를 꼽았다. 토지는 대를 물려 상속되고, 생산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으면서 단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많은 소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소득 분배는 불공평해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불공평이 대를 물려 계속되면서 진보와 빈곤이 공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조지는 토지에 대한 권리를 소유권과 이용권으로 나누어 소유권의 사유(私有)를 인정하면서 이용권을 공유(共有)하게 하면 토지 소유로부터의 불로소득이 대대로 이어지는 것과 특정인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창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토지 공개념이다.
조지의 이러한 토지 공개념은 사유를 인정하여 성장(효율성 추구)의 근간인 이윤동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토지의 공공재적인 특성으로부터 나오는 소득 분배의 불공평성을 시정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또 토지 공개념은 공평 분배의 전제가 효율 또는 성장이라는 점에서 공개념 도입에 매우 신중해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토지를 대상으로 공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은 토지가 사람이 임의로 생산할 수 없어 공급이 극도로 제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공급할 수 있는 재화에 공개념을 적용하면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여 시장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효율성이 크게 훼손된다. 당연히 성장이 저해되어 공평 분배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주택은 사람이 얼마든지 공급할 수 있는 재화이기 때문에 공개념을 도입하면 득보다 실이 큰 대상이다. 공개념을 적용할 수 없는 재화에 뜨거운 가슴으로 공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일종의 포퓰리즘이다.
주택 공개념에 대한 연초의 언급은 있을 수 있는 실수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측근들이 ‘공개념’의 상징적인 의미만을 뜨거운 가슴으로만 받아들여 주택 투기 대책에 반영하였고 그 결과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은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동안의 지나치게 과격한 아파트 수요 억제 정책이 야기한 공급 부족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김대중 정권 말기의 그것보다 더 크고 악성인 주택 가격 폭등이 준비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경기 판교 분양 혼선과, 그 수습대책으로 나온 신도시, 기업도시 개발 계획, 그리고 무리하게 강행되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 대책 등이 이러한 가능성을 더 키우고 있다.
수요-공급으로 접근해야
부동산 특히 주택 문제는 수요ㆍ공급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혹시 정권의 이해관계(정권 재창출?) 때문에 서두르거나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면 국익을 크게 해치는 일종의 범죄행위이다.
지나친 수요 억제 정책을 보완하고, 공급의 점진적인 증가를 유도하여 부동산 시장도 살리고 경기도 살려나가는 절묘하고도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노영기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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