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어머님도 여자랍니다
스무 살 어린 숙녀든 칠순이 넘은 노년이든, 여자가 화장을 하는 이유를 굳이 따진다면 미세한 차이에서 느끼는 만족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올해로 일흔 여덟이 되신 시어머니가 종합병원에서 눈꺼풀 주름제거 수술 계획을 잡았다고 전하셨다.
원인은 상안검이완증. 눈꺼풀이 처져서 피부가 짓무르는 고약한 증세 때문이긴 하지만 시어머니의 내심은 늘어진 주름을 제거하고픈 욕심이 더 큰 듯하다. 기왕에 ‘인심’을 쓰기로 하였는바 지방과 주름을 말끔히 제거해 달라고 의사 선생님께 요청했다.
“우리 어머니, 너무 젊어지고 예뻐지면 우짠디요? 며느리하고 자매지간이라 카겠네.” 은근히 좋아하시는 모습에 슬쩍 농담해 본다. “다시 시집이라도 가야 할까 보다. 어디 한번 알아나 봐라. 호호호.” 애써 감추시지만, 아픈 눈을 치료도 하면서 덤으로 젊어지고 예뻐지리라는 기대에 부푼 모습을 보니 팔순이 되어도 여자임은 분명하다.
친정어머니의 몸을 빌어 이 풍진 세상에 태어나긴 하였어도,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다니면서 집을 떠나 살아온 날들이 많기에 외아들인 남편에게 시집와서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더 길다.
꽃다운 서른 한 살 나이에 군인 장교로 근무하시던 남편을 사고로 잃고 홀로 되시어 어느 한 곳 의지할 데 없는 힘든 세상을 힘겹게 살아오신 시어머니. 조금은 까다롭고 조금은 편협하고 손자 두 녀석 교육에는 한없이 욕심이 많지만, 여자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고 삼 남매를 키우며 숱한 고생을 하신 분이다.
법으로 맺어져 부모와 자식으로 살아온 20년. 그 세월이 두 번 지나고 세 번 지나도 친정어머니와의 관계처럼 감정의 교류를 느낄 수는 없겠지만,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거친 세월을 살아낸 이 즈음에야 여자가 홀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가를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다.
강물처럼 넓었던 마음의 간극을 조금씩 줄여가며, 어느 날에는 나도 어느 집 귀한 여식의 시어미가 되어있을 날을 짚어보기도 한다. 당신의 며느리가 차분하지 못하고 덜렁거리기는 하여도 머리 염색만큼은 참 잘한다며 칭찬을 하시고는, 흑단처럼 검은 머리에 곱게 화장을 하시고 구청 복지회관 영어회화반에 등록하러 가셨다. ‘나는 100m 미인’이라며 환하게 웃으시고는.
http://blog.daum.net/ssk0306/1915104
■ 밑줄 긋는 습관 좋아요
저는 활자 인쇄물을 읽을 때 항상 손에 필기구를 들고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는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지저분하다고 하네요.
전공 서적뿐 아니라 소설, 시집, 잡지, 만화, 심지어는 요리책까지, 활자로 인쇄된 것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줄을 쳐가며 읽는 습관을 두고 그렇게 말합니다. 예전에는 여백에 이런저런 감상까지 빽빽하게 적어 가면서 읽었지만 제 글씨체가 엉망이라는 통찰에 이른 뒤로는 줄 치는 것만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느냐고 하는데 사실 저는 왜 그렇게 유용한 일을 하지 않는지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인쇄물이라면 개인에게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나중에 다시 봐도 눈에 띄기 쉽도록 표시를 해 놓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소설이나 시를 읽다가 감동을 주는 대목을 발견하면 줄을 치면서 그 감동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모든 인쇄물의 내용을 읽으면서 동시에 기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으려면 평소에 ‘표시해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점이 있기는 합니다. 같은 습관이 있는 사람의 책을 빌리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줄을 쳐 둔 부분의 영향을 받아 읽기의 방향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새 책을 사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도 유용한 습관 아닌가요?
http://mischel.egloos.com/1510886/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