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KBS 1TV ‘퀴즈 대한민국’(일요일 오전 10시)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 이창환 군이 최연소 퀴즈영웅에 올라(이후 서울대 진학) 훈훈한 화제가 됐다. 그 뒤로 무려 26주 만에 다시 퀴즈영웅이, 그것도 역대 최고령 우승자가 나왔다.
9일 녹화에서 퀴즈영웅에 올라 상금 5,600만원을 받게 된 박영자(52.여)씨가 그 주인공. 더욱이 박씨 역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1988년 남편의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아 “절망이란 걸 뼈저리게 느꼈다”는 그는 속옷 가게와 통닭 가게 등을 운영하며 가정 경제를 책임져 왔다. 98년 IMF 위기로 가게 운영이 힘들어지면서부터는 간호조무사 경력을 살려 4년간 병원 간병인 일을 해왔다.
이렇게 팍팍한 생활을 꾸려 가면서도 박씨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3년 전 박씨와 취업준비생이던 막내아들은 도서관에 함께 다니며 퀴즈 프로그램 본선 진출과 취직을 누가 먼저 이뤄낼 지를 놓고 내기를 했다.
지난해 막내가 공기업에 취업해 내기에선 진 셈이 졌지만 박씨는 포기하지 않고 퀴즈프로그램에 끈질기게 도전, 4번의 예심 탈락 후 이번에 마침내 우승의 꿈을 이뤘다.
“제가 학력도 높지않은데다, 형편도 여의치 않아 과연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이제야 아들들(장남은 초등교 교사) 볼 면목이 서네요.” 박씨는 우승 비결로 ‘끊임없는 독서’와 ‘메모’를 꼽았다. “시간 날 때마다 신문과 책을 읽고, 메모를 작성해요. 이번에도 특별히 다르게 공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상금을 받으면 그 동안 집안 살림을 도맡아온 큰 아들에게 승용차를 선물하고, 암으로 투병 중인 친구의 치료비를 지원해 줄 계획이다.
“요즘 힘든 삶을 핑계로 자살하거나 가족이 모두 목숨을 끊은 비극을 신문에서 접할 때마다 ‘아휴, 그게 이유는 되지 않는데’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못해줘 울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희망을 버린 적은 없었어요.”
박씨의 우승과정이 담긴 ‘퀴즈 대한민국’은 17일 방송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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