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 가짜뉴스
이화여대 여성학 장필화 교수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말이 인터뷰 기사로 가공돼 여성부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떠돌았던 것. ‘한 여성잡지와의 인터뷰’라는 짤막한 해설이 붙은 기사엔 장 교수가 군복무 가산점제에 반대해 “나약한 남성들을 믿고 기대온 한국 여성들이 안쓰럽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네티즌들의 악성 리플과 비난성 퍼나르기가 들끓었고, 장 교수는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됐다. 하지만 장 교수는 “최근 열린 세계여성학대회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게 원인인 듯 하다”며 “법적 대응도 검토했지만 말도 안 되는 논쟁을 일으킬 것 같아 삭제만 하고 말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 사이버 명예훼손
회사원 A(여)씨는 한동안 친구들로부터 이상한 눈초리를 받았다. 친구 14명의 미니홈피 게시판에 자신 명의로 “저는 수많은 남자와 XX한 더러운 년. 제가 B씨와 바람이 나 임신을 해 회사를 그만두고 이제 새 출발을 해야겠습니다”라는 글이 실렸기 때문. 알고 보니 앙심을 품은 회사동료가 자신의 ID를 도용해 벌인 일이었다.
■ 사이버 공갈
C씨는 이메일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만 오면 치가 떨린다. D씨가 자신의 불륜관계를 회사 홈페이지에 게시하겠다며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로 협박해 1,400여만원을 뜯어갔다. 참다 못한 C씨의 신고로 D씨는 결국 쇠고랑을 찼다.
사이버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었다. 가짜뉴스가 인터넷상에 버젓이 유명 언론사의 이름을 걸고 떠도는가 하면 논쟁이 되는 사안에 대한 허위 반론이 줄을 잇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와 명예훼손, 협박, 공갈 등은 공공연히 이뤄진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해 음란물을 경쟁적으로 게시하고 퍼뜨리기까지 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4∼6월 사이버 폭력행위를 집중 단속한 결과, 명예훼손 등 사이버폭력 1,923건을 적발해 3,221명을 검거(구속 295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49명보다 63.3%나 늘어난 수치다. 유형도 다양해져 개인정보 침해 516건을 비롯해 명예훼손 391건, 협박 및 공갈 269건, 성폭력 260건, 스토킹 69건 등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과 현행 친고죄를 재검토하는 방안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할 방침”이라며 “무엇보다 네티즌 스스로의 자정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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