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특급 참모 칼 로브 백악관 비서실 차장이 중앙정보국(CIA) 요원 신분 누설 사건, 이른바 ‘리크게이트’의 덫에 걸렸다. 부시 대통령의 비판자를 얽어 매기 위해 친 덫에 자신이 빠진 셈이 됐다.
문제의 누설자가 로브 차장임이 확연해지면서 미국 언론들은 부시 정부의 도덕성 부재를 본격적으로 물고 늘어질 태세다. 이 사건으로 자사 기자가 구속된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프랭크 리치는 10일자 칼럼에서 리크게이트를 리처드 닉슨 정부 때 워터게이트의 변주곡이라 부르면서 부시 정부를 맹공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18일자)에서 또 다른 시사주간지 타임의 매튜 쿠퍼 기자에게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주재 미 대사와 그의 부인인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에 대해 말해준 취재원이 로브 차장임을 그의 변호인 로버트 러스킨 변호사가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로브 차장은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와 쿠퍼 기자 변호인의 요청에 따라 쿠퍼가 법정에서 자신에 관해 증언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러스킨은 말했다.
윌슨 전 대사가 2003년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포함된 이라크의 니제르산 우라늄 구입 시도를 부인하는 글을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뒤 부시 정부 관리가 그를 비난하기 위해 플레임의 신분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렸다는 게 리크게이트의 내용이다.
쿠퍼 기자는 로브 차장과 대화한 뒤 담당 데스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KR(칼 로브의 약칭)이 초특급 비밀의 백그라운드에 대해 말했다”며 “그가 이라크의 우라늄 구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윌슨의 니제르 현지조사를 승인한 사람은 분명히 그 기관(CIA)에서 대량살상무기(WMD)업무를 맡고 있는 윌슨의 부인이라고 말했다”고 적었다.
뉴스위크는 쿠퍼의 메일도 입수, 공개했다. 로브 차장은 지난해 CNN 인터뷰에서는 “나는 그녀의 이름을 몰랐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누설하지 않았다”고 밝혔었다.
문제는 로브 차장의 이런 행위가 범죄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비밀요원의 신분을 공개하는 것은 중범죄에 해당하지만, 로브 차장이 쿠퍼 기자에게 “비밀요원 플레임이 CIA에서 일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은 아니다. 법률적으로 빠져 나갈 구석이 있다는 얘기다.
위증 여부도 관건이다. 진보적 논객 데이비드 콘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로브 차장이 이 사건 조사과정에서 대배심에 한 증언이 쿠퍼 기자의 메일 내용과 어긋날 경우 피츠제럴드 검사가 위증혐의를 조사할 근거가 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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