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빠, 엄마 돼 보겠다며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줄라 치면 아이들의 바람은 끝이 없다.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 읽어달라 졸라대는 통에 목소리는 쉬어가고 짜증 지수는 올라간다. 그럴 때면 누구나 ‘나 대신 누가 책 좀 대신 읽어주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미국에 부모 대신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온라인 도서관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야기 하나만 더’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www.onemorestory.com)는 진열장에 있는 책 중에서 아이가 하나를 고르면 친절한 목소리의 성우가 직접 읽어준다.
물론 아이들은 화면으로 문장을 읽을 수 있으며 각종 음향효과와 입체 화면까지 곁들여져 흥미를 키워준다. ‘나도 읽을 수 있어요’라는 키를 누르면 특정 구절은 더 크게 보이고 들리게 되는 기능도 있다.
특히 이 사이트가 부모 사이에 인기를 끄는 이유는 아이가 지겨워질 때까지 계속 보고 들을 수 있다는 점. 현재 2~9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20여 권의 책이 목록에 올라와 있는데, 1년에 40달러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사이트 관계자는 내년까지 장서를 108권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당한 학습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서교육전문가인 일리노이대 티모시 쉐나한 교수는 “학생들이 그냥 듣기만 한 경우보다 자막을 보면서 들을 경우 언어 습득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면서 “문학을 딱딱하다고 여기는 아이들이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쉐나한 교수는 부모들이 책 읽어주는 자신의 책임을 사이트에 전부 떠넘기려 해서는 곤란하다고 당부한다. 그는 “아이들 혼자서만 보고 듣게 할 경우 나중에 그 아이는 또래보다 독서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부모가 아이와 함께 느낀 점을 주고 받을 때 사이트의 효과도 훨씬 커진다”고 강조했다.
사이트 운영자인 칼 테이텔바움도 “목 아프고 스트레스 받는 부모의 수고를 덜어주는 보조 기구일 뿐”이라며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겠다는 노력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