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톨릭 주교단은 10일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에 대해 ‘사퇴요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교단은 지난 7일 이후 계속된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회의결과를 발표했다.
페르난도 카팔라 대주교는 회의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구체적인 정치적 옵션을 제시하지 않는다”며 “그녀(아로요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리핀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가톨릭 신자이기 때문에 아로요 대통령은 군부 뿐만 아니라 주교단에게도 지지를 받아야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주교단은 아로요 대통령의 리더십을 둘러싼 헌법적 위기를 대통령이 ‘무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또 대통령 스스로의 결정을 촉구했으며, 논란이 된 지난해 5월 대선과정의 의혹을 담은 테이프 등 자료에 대한 조사활동을 지지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관리와 100만 표의 표차를 확보하는 것에 대해 부적절한 대화를 나눴음을 보여주는 도청 테이프가 발견되면서 정치적 위기에 빠졌다.
아로요 대통령은 사태수습을 위해 개헌 등 새로운 정치적 현안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 등이 이미 내각제 개헌을 위한 제안을 한 바 있어 대통령 사임요구와 개헌론이 맞물려 나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가톨릭 주교단의 결정에 대해 “즉각적인 사임요구를 하지 않음으로써 아로요 대통령에게 사태 수습의 시간과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선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의 진상규명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주요 도심에서는 아로요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일부 시위대가 보였을 뿐 대체적으로 평온을 유지했다.
마닐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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