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3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학교의 한 강의실. 기업은행과 중소기업이 함께 진행한 공동 채용설명회는 취업난을 반영하듯 수백명의 학생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4학년 김모(27)씨는 “인지도가 낮아 잘 알지 못했던 우량 중소기업들의 내실 있는 규모에 새삼 놀랐다”며 “채용설명회를 통해 기업의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데다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과 신뢰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채용정보를 얻고, 인터넷을 통해 원서를 접수하고, 메신저를 이용한 면접까지 등장하는 등 ‘디지털 채용방식’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각 대학 캠퍼스를 직접 돌며 취업설명회를 열거나, 자필 작성 지원서를 방문과 우편으로만 접수 받는 ‘아날로그 채용방식’이 다시 각광 받고 있다.
취업 전문업체 스카우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채용은 온라인 채용에 비해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들지만, 지원자를 평가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판단 오류를 줄이고, 우수 인재를 직접 만나 선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증권은 우편접수와 채용설명회 등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2000년 온라인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했다가 50명 채용에 1만여명의 지원자가 몰려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지원자 가운데 상당수가 허수 지원자였고, 1차 서류심사에서 우수 인재들이 누락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이듬해부터 다시 입사지원서를 우편으로만 받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회귀했다. 또 채용설명회와 투자스쿨 등 적극적인 채용PR 제도를 도입했다. 채용설명회에서는 현직 애널리스트들이 직무에 관한 설명을 한 뒤 설명회에서 눈여겨봐뒀던 인재의 이력서를 인사담당자에게 직접 건네줘 토익이나 학과 성적이 부족하더라도 채용의 기회를 주고 있다.
중외제약도 2003년부터 온라인 접수를 오프라인 방식으로 바꿨다. 지원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지원서 양식을 다운받아 작성한 후 우편이나 방문 접수를 해야 한다. 중외제약 인사팀 관계자는 “오프라인으로 접수를 받으면 지원자가 30% 가까이 줄어들지만 오히려 평소 이 분야에 관심이 높고, 또 관련 지식도 풍부한 인재가 많이 지원해 내실을 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2년 11월 온라인 접수 방식을 도입했던 대우건설도 같은 이유로 이듬해 상반기 다시 과거의 오프라인 접수로 방식을 바꿨다. 온라인에서 인적사항을 입력하고 입사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후 우편이나 방문 접수를 하는 방식이다.
1 대 1 맞춤형 채용 시스템을 강조하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방문형 채용 방식을 몇 년째 고수하고 있다. 2000년부터 연 2회 주요 대학을 순회하며 대학 우수 인재를 채용하는 캠퍼스 리크루팅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핵심 석ㆍ박사급 연구인력을 선발하기 위해 대학원 연구실을 직접 찾는 ‘랩 투어링’, 분야별 핵심 경력자를 직접 소싱하는 ‘타깃 리크루팅’ 등 거의 모든 채용을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사기획팀 관계자는 “분야별 핵심 인재 확보를 위해 오프라인 채용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며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발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아 이직률이 낮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캠퍼스 리크루팅을 실시한 동국제강은 지난해 11월초부터 약 20일 동안 생산시설이 있는 전국 5개 지역 소재 8개 대학을 돌며 채용설명회를 갖고, 즉석 인터뷰를 실시해 우수한 성적을 올린 학생들에게는 면접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의 혜택을 줬다.
외국계 기업들도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채용설명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국P&G는 4월25~27일 김상현 사장이 직접 서울 지역 대학을 돌며 기업의 미래성장과 연봉책정 등을 설명하는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로레알코리아와 클라우스파스벤터 등 외국계 기업들도 사장이 직접 서울 주요대학 캠퍼스를 방문해 취업설명회를 개최하며 인재 발굴에 힘쓰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반응도 좋다. 연세대 4학년 이모(23ㆍ여)씨는 “온라인 접수가 일반화하면서 어떤 사업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른 채 ‘일단 넣고 보자’는 식으로 원서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았다”며 “우편이나 방문 접수가 번거로운 면이 있지만 꼭 가고 싶은 회사에만 원서를 넣게 돼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로서도 시간과 노력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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