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발생시 외부 도움이나 개입 없이 국내 은행들이 자력으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아시아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가 11일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110개 은행에 대해 매긴 ‘기본신용등급’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조흥, 외환은행 등 국내 6개 시중은행들은 모두 C+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은행들이 받은 등급은 전체 평가등급 중 중간 수준으로서 크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상위 등급 은행들에 비해서는 불확실성이 높고 환경 악화에 보다 더 민감하다는 의미다.
또한 42개 은행 중 18개 은행이 B등급 이상을 받은 일본이나 8개중 3개, 11개 중 2개가 B등급 이상을 받은 홍콩, 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보다 많이 뒤쳐지는 수준이다. 싱가포르와 뉴질랜드는 각각 3개씩인 조사 대상 은행 모두가 B+ 등급을 받아 전체적으로 높은 신용도를 자랑했다.
더욱이 한국보다 경제력이 한 수 아래인 말레이시아조차 2개 은행이 B등급 이상, 4개 은행이 C등급 이상을 받아 한국의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부실이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중국이나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은 D등급 이하가 많아 아직 신용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110개 은행 중 A등급 이상을 받은 은행은 한 곳도 없었으며 일본 최대의 지방은행이었다가 2003년 말 파산 후 국유화한 아시카가(足利) 은행이 최하 등급인 E 등급을 받았다.
S&P 관계자는 “기본신용등급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공식 발표된 것으로 은행의 전반적 신용도를 나타내는 장ㆍ단기신용등급과는 별도로 집계된다”며 “앞으로 은행의 신뢰도를 평가하는데 있어 기초신용등급의 중요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의 S&P 장기신용등급(원화등급)은 한국씨티은행이 A+로 가장 높고 외환은행이 BBB로 비교적 낮은 편이며 나머지 은행들은 모두 BBB+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등급 전망치는 국내 은행들 모두 ‘안정적’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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