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금리정책이 너무 경직됐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진폭은 큰 데도 콜금리는 잘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다. 통화당국은 ‘금리정책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란 이유를 들고 있지만 오히려 통화당국이 콜금리를 비탄력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스스로 금리정책의 실효성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콜금리 목표제가 도입된 1999년 하반기이후 콜금리가 가장 높았던 것은 연 5.25%(2000년10월~2001년1월). 반대로 최저수준은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되어온 3.25%다. 5년 반 동안 콜금리는 최고와 최저 2%포인트 사이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는 가장 높게는 연 6.5%(2000년5월~2001년1월)까지 인상됐고, 가장 낮게는 연 1%(2003년6월~2004년6월)까지 인하됐다. 최고점과 최저점의 격차가 5.5%포인트로 우리나라의 3배 수준에 달한다. 한 시장관계자는 “FRB 금리정책은 올릴 때 확실하게 올리고 내릴 때 확실하게 내리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올릴 때도 제대로 못 올리고 내릴 때도 제대로 못 내린다”고 꼬집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경기흐름이 다른 탓도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만큼 경기와 물가관계가 명료하지도 않고, 2001년 이후 국내경기는 일부 버블성 상승국면도 있었지만 추세적 하강국면이 전개되어 왔기 때문에 금리정책(특히 금리인상)이 제한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또 금리인상에 대해선 정부반발이 크고, 금리인하는 한은 내부 반발이 큰 것도 금리정책의 탄력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금리정책은 경기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채 마지못해 끌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FRB의 경우 ‘신경제’버블이 붕괴하자 2001년 한해동안 무려 11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 1년만에 기준금리를 4.25%포인트(6.5→1.75%)나 끌어내렸다. 반대로 작년 6월 이후엔 9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1년새 2.25%포인트(1.0→3.25%)나 올렸고, 이 행진은 올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FRB의 공격적 금리정책과는 대조적으로 금통위가 콜금리를 가장 공격적으로 운용했던 것은 2001년7월부터 3개월 연속 인하를 통해 콜금리를 0.75%포인트(4.75→4.0%)로 낮춘 것이 전부다. 이 때를 제외하면 인상이든 인하든 두 달 연속 콜금리를 움직인 적이 없을 만큼 금통위는 소극성으로 일관하고 있다. 아무리 미국과 경기흐름이나 통화정책경로가 다르다 해도, 콜금리가 너무 경직되어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은 당국자는 “금리를 내리든 올리든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콜금리를 공격적으로 조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릴 때 제대로 안 내리고 올릴 때 확실히 안올리기 때문에, 오히려 경기가 금리에 갈수록 둔감해지고 통화정책의 ‘약발’을 당국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에선 ‘경기도 못 살리고 그렇다고 버블도 못 잡는다면 금리정책은 왜 존재하나’는 얘기도 나온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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