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 부지로 오르고 있는 집값을 잡을 방법은 없는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높아 가고 있는 가운데 8월 말에는 또 다시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에도 집값을 잡지 못하면 거품붕괴로 인한 일본식 불황이 찾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부동산 대책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집값 안정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시리즈를 7회 연재한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법안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득권의 저항이 얼마나 집요하고 강력한 것인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종부세 추진 실무팀에 참가했던 한 재정경제부 직원은 "몇일 밤을 새워가며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세율과 누진폭을 만들어 보고했으나, 결재단계와 당정협의를 거치면서 턱없이 완화됐다"고 회고했다. 이 직원은 "이에 대해 항의라도 하면 '유신정권의 붕괴도 무리한 부가가치세 도입이 부마사태를 부르며 시작됐다'는 논리로 윗선에서 말문을 막았다"고 말했다.
투기를 잡을 초강력 무기로 고안된 종부세가 이렇게 해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자 한동안 주춤하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재경부 직원은 "지금의 세제로는 8억원대를 호가하는 개포동 시영아파트 19평형의 경우 현 시세대로 과세하더라도 '50% 상한선' 때문에 내년 재산세는 10만원을 밑돌게 된다"며 "이런 세제로 투기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집값 폭등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나치게 '규제'에 편향된 탓도 있지만, 오히려 제대로 된 세제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경부 박병원 차관은 "세제는 환부를 수술하는 메스와 같은 정책수단"이라며 "거품을 미리 막고 거품붕괴의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부동산 대책은 역시 세제가 최선"이라고 말했다.
투기이익이 워낙 크기 때문에 현재 연 0.15% 수준인 보유세를 1% 수준으로 올리더라도 주택 가수요가 줄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분당 오피스텔 가격이 이를 반박한다. 올들어 분당 아파트 가격은 크게 올랐으나 이 지역 오피스텔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이유는 오피스텔이 아파트보다 관리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아파트 보유세는 매년 내야하기 때문에 관리비와 같은 효과를 지닌다. 만일 1가구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10억원 짜리 아파트에 대해 매년 1,000만원 이상의 보유세를 물린다면 결국 얼마 못 가 처분하려 할 것이다. 이런 매물이 늘어나면 집값은 안정될 수 밖에 없다.
1가구1주택자나 비투기지역 주택소유자들의 세부담을 줄이면서도 전체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재산세의 무차별적 인상보다는 종부세 강화가 효과적이다. 고가 부동산에 대한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고, 지방과 수도권의 세수 형평을 꾀한다는 종부세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강남 압구정동 대형 아파트의 경우 호가가 15억원을 넘지만 기준시가는 8억~9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종부세 과세대상에서 빠져 나간다. 현행 기준으로 종부세 대상은 단독주택 5,000여채, 공동주택 1만7,000여채로 전체의 0.2%에도 미치지 못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종부세 대상 주택을 전체의 2~3%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종부세 대상을 '6억원 이상 고가 주택' 같이 당국의 편의에 따라 획일화할 것이 아니라 '투기지역에 O채 이상 소유하면서 최근 O년 사이 O번 이상 거래한 경우' 등으로 구체화하면서 실수요냐, 투기냐에 따라 세율과 적용대상을 차등화하는 등 보다 정교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김수현 국민경제비서관은 최근 "최근 보유세가 올랐다고 하나 아직 투기심리를 억제하는 데는 한참 못 미친다. 양도세 실효세율도 15%내외에 불과해 불로소득 환수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부동산세제의 허술함을 시인했다. 정부는 정확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수술용 메스처럼 날카로운 세제를 마련해 신속하게 집행해야 한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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