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원전수거물 관리센터) 후보지 선정이 지난달 공고된 뒤 기초단체의 유치 움직임이 활발하다. 경북 경주시와 울진ㆍ 영덕군, 전북 군산시, 강원 삼척시 등으로 후보지가 넓혀지고 있다.
지난해 부안 사태 당시와는 전연 딴판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 후 핵연료) 보존시설과 분리하고, 운용 실적에 따른 추가지원을 약속한 결과이다. 최대 걸림돌인 주민들의 우려가 거의 제거됐고, 추가 지원 약속으로 현실적 이익이 커졌기 때문이다.
‘중ㆍ저준위 폐기물의 안전성도 100%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어지고 있지만 힘이 없다. 오히려 ‘안전하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는 한 유치 경쟁에 제동을 걸기 어렵게 됐다. 오랫동안 ‘방사능 안전’이란 추상적 논쟁에 밀려 가려졌지만 ‘위험의 확률’과 ‘현실적 이익’의 균형이 핵심 문제임이 드러났다.
어떤 오염도 100%의 안전성이나 위험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 애초에 오염이 뒤따르는 산업시설 유치에는 발벗고 나서면서 방폐장은 예외 취급한 태도가 불합리했다. 중요한 것은 추상적 위험 논쟁이 아니라 운용과정의 관리다.
맹독성 물질인 다이옥신 배출은 소각장의 운명이지만 지혜와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듯, 입지 선정 때의 난리법석보다는 운용과정의 검증ㆍ감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방폐장도 다를 바 없다. 한국산업경제연구소는 최근 이른바 ‘혐오시설’의 하나인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실제로 주변 지역의 자산가치를 끌어올렸다는 연구결과를 내 놓아 모든 것이 하기 나름임을 확인시켰다.
이대로라면 방폐장 입지 선정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럴수록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이번에는 확실히 결론을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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