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연쇄 폭탄 테러를 저지른 알 카에다 세력이 영국 내 캠퍼스 리쿠르팅을 통해 중산층 무슬림 학생들을 테러에 동원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더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 타임스는 10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대학 내 종교나 민족 모임을 통해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을 비밀리에 포섭했다”며 “이공계나 IT 전공자가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세 개의 폭발물이 50초 간격을 두고 거의 동시에 터졌던 것을 지적, “경찰은 테러 배후세력을 영국에 근거지를 둔 전과가 없고 전문적인 기술지식을 가진 집단일 것이라고 추측한다”고 전했다.
영국의 정보기관인 MI5는 영국 내 잠재적인 무슬림 테러리스트를 1만6,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존 스티븐스 전 런던경시청장은 “3,000명 가량의 영국 내 무슬림들이 오사마 빈 라덴의 캠프에서 훈련 받았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를 저지른 북아프리카 출신 테러리스트와 영국의 학생들이 결합해 런던 테러를 계획했다는 분석이다. 국제위기기구는 최근 “아프리카가 테러리스트의 새로운 훈련장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들이 테러에 가담하게 되는 이유는 이라크 전을 지켜보면서 미국과 영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서유럽과 북아프리카의 관계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는 과거 식민지였던 북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영국의 무슬림은 400만 명으로 추정된다. 프랑스도 비슷한 숫자로 파리 일대만 100만 명에 이른다.
서유럽 전체의 무슬림은 1,680만 명으로 이미 기독교에 이어 제2종교를 형성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이민 2~3세들도 인종차별을 겪고 있는데다, 최근 급증하는 북아프리카 출신 불법 이민자들은 하층민 사회불만 세력이다.
지난해 파리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의 외모와 이름을 가진 청년이 취업 때 75회의 면접 기회를 갖는 동안 같은 조건을 가진 북아프리카 출신 청년은 면접기회를 14회 밖에 갖지 못하는 등 차별을 겪는다.
유럽 내 무슬림 중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는 1% 미만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들이 현지 이슬람 커뮤니티에 잠복하고 있는 한 테러를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요원하다는 게 각국 정부의 고민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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