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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피플/ 러시아 베스트셀러 '캐주얼' 작가 옥사나 로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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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피플/ 러시아 베스트셀러 '캐주얼' 작가 옥사나 로브스키

입력
2005.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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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주인공)는 한국으로 치면 서울 하고도 강남 중의 강남으로 통하는 초호화 주택가 루블로브스코예에 산다. 1g에 30달러(약 3만원)나 하는 스파게티를 주문하는가 하면 쇼핑센터에서 1만2,000달러짜리 명품 의상을 친구에게 선뜻 선물한다. 아지트에 유유상종으로 모인 유한 마담들은 1주일에 한 번씩 점성술사를 부르고 화요일에는 출장 미용사가 찾아온다.

목요일엔 댄스 파티, 수요일엔 브라질 요리 교실을 연다. 사업가인 남편들은 부인을 사치로 붙잡아 두는 대신 여비서와 바람을 피우기 일쑤다. 그녀의 친구들은 490유로(약 61만원)짜리 청바지를 입고 수영장과 미니 축구장이 딸린 수백만 달러짜리 대저택에 살면서 번쩍이는 벤츠를 굴린다. 그래도 권태로움을 이기지 못해 마약에 빠지곤 한다.’

여기까지 읽으시고 할리우드나 맨해튼에 사는 미국 상류층에 대한 묘사라고 생각하셨다면 착각이다. 공산주의의 음산한 유령이 가시고 자본주의의 단맛을 한껏 맛보고 있는 모스크바 유한 마담들의 일상이다.

이런 일상이 삶이 힘겨운 러시아인 대다수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나 보다. 옥사나 로브스키라는 이름의 젊은 이혼녀가 처음 쓴 소설 ‘캐주얼(Casualㆍ우연적인, 격식을 차리지 않는, 가벼운 등의 뜻)’이 올 초 발행(로스맨 출판사) 한 달 만에 초판 3만부가 매진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소련이 무너지고 자본주의 세상이 되면서 떼돈을 번 상류층의 사치와 음모, 배신과 사랑, 살인 등을 묘사했다. ‘게임의 여왕’을 쓴 시드니 셀던이나 ‘아메리칸 사이코’를 낸 브렛 엘리스 같은 미국 통속 작가들을 연상시킨다.

특히 주인공의 남편이 경쟁업체가 고용한 청부살인업자에게 살해당하는 대목 등 장면 하나하나가 1990년대 후반까지 작가의 체험을 자전적으로 그린 것이어서 작가의 내력에 대한 궁금증까지 한껏 더해진다.

로브스키는 지난 7일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돈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지요. 동시에 사람을 망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진심으로 서로를 믿고 함께 하도록 놓아두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잘 나가는 사업가였던 두 번째 남편이 현관에서 살해당한 뒤 세 번째 남편을 맞은 바 있고, 여성 전문 보디가드 에이전시를 운영하는가 하면 공무원 제복 장사를 하기도 하고 가구 체인점을 운영하기도 한 경험자로서 돈에 대해 내리는 평가이다.

그러나 곧이 곧대로 들리지도 않는다. 시원스러운 미모에 기자에게 끝내 “서른 좀 안 됐다”고만 밝힐 정도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로브스키로서는 이 책 자체가 상류층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인 것 같다.

“의외의 성공으로 벌써 두 번째 작품 ‘섹스와 로맨스’도 다 썼습니다. ‘캐주얼’의 영화 대본 작업도 끝났고요. 아마 제가 주인공 역으로 직접 등장할지도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그런 혐의를 갖게 한다.

그러면서도 도덕적인 평가를 굳이 덧붙인다. “러시아 부유층에 15년 이상 함께 사는 부부는 거의 없습니다. 많은 소녀와 부인들이 높은 담으로 가려진 그들의 화려하고 특권적인 삶을 꿈꾸겠지만 내 작품을 접하면 그런 것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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