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전문가들은 10일 “북한의 6자회담 복귀로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틀이 복원된 것은 다행”이라며 “북한이 여러 가지 당근을 동시에 제안 받은 데다 최근 미국 태도도 많이 바뀐 복합적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그러나 “북한이 핵 포기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획기적 성과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라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최문선기자
■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北, 美와 양자대화 주력할 듯"
북핵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할 틀을 복원한 의미가 크다.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가장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부시 정부는 급변하는 중동 정세에 발목을 잡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지 않는다면 미국으로서는 북핵 문제를 6자 회담의 틀 안에서 관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부시 정부는 최근 북한에 대해 말로는 비판을 많이 했지만 액션은 취한 게 없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은 미국이 핵 능력을 가진 이상 북도 일방적으로 핵을 포기 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군축 회담으로 몰아가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북한의 일관된 주장들을 보면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북한은 6자회담에서도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통해 정치적 타결을 꾀할 것이다. 6자회담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기 보다는 북미간 지루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사태 처리가 계속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 조명철 대외경제연구원 통일경제연구팀장/"美 태도 전향적… 가능성 있다"
주변국들의 인내심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우 다행이다. 북한은 한국의 ‘중대제안’등 핵 해결 과정에서 받을 인센티브를 동시에 여러 개를 제안 받았다. 특히 최근 미국의 입장이 보다 명쾌해지자 회담 복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한미간 정책협의 등을 통해 북핵 해결 방안에 대한 5자의 이견을 어느 정도 좁힌 상태에서 열리기 때문에 논의가 상당히 빠르고 심도 있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 3차 회담까진 미국이 북한에 대가 없는 핵 폐기를 요구하고 북한의 요구는 외면하는 태도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요즘 미국 태도를 보면, 회담을 진전시킬 준비가 된 것 같고 중국도 북한을 보다 적극적으로 다루려는 의지를 보이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풀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北 핵동결 선언하면 일단 성공"
6자회담의 7월 중 개최는 예견돼 왔기 때문에 회담이 열리는 것 자체가 북핵 문제 해결의 진전을 보장하진 않는다. 북한은 1년 넘게 회담을 보이콧할 명분도 없고, 더 이상 지체할 경우 중국 등 우방들도 등을 돌려 유엔 안보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의식했을 것이다.
회담 성과가 회의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60%이다. 북핵 프로그램이 워낙 많이 진전된 상태라 북한이 핵의 완전 포기를 전제로 회담에 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체면을 지키는 범위에서 우라늄 농축에 의한 핵개발을 시인하고, 핵 폐기를 전제로 한 핵 동결을 확실히 선언하는 정도의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 회담은 어느 정도 성공이다.
미국으로선 이 두 가지가 확실히 관철 또는 보장이 되지 않은 상태로, 즉 북한의 핵 포기 의사에 대한 단서를 받지 못한 채로 회담이 끝나면 회담을 실패로 간주할 것이다. 북한은 이런 점을 의식해 최대한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끌며 회담에 임하겠지만, 그럴 경우 북핵 문제는 장기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 "타협해 가는 과정에 의미 둬"
회담이 재개된다는 것은 북한과 미국이 실무 접촉에서 반 걸음씩 양보해 서로 마주 앉을 명분을 쌓았기 때문일 것이다. 회담도 일정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체제 생존의 열쇠인 핵을 순순히 내 줄 가능성은 거의 없고, 미국도 북핵 포기라는 기본적인 원칙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북한 외무성의 ‘한반도 비핵화’ 발언도 북한이 15년 간 유지해 온 원칙적 입장일 뿐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은 획기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보다는 기 보다는 6자가 서로 조율하고 타협점을 찾아 중간 지대로 나오는 과정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5차 회담에선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회담이 될 것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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