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밤 10시45분 조선중앙TV를 통해 6자회담 복귀를 전격 발표했다. 조선중앙TV에 이어 북한 관영 언론은 이 소식을 잇따라 전했고 외신도 이를 받아 전세계에 뉴스를 타전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베이징(北京)에서 만찬회동을 가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발표는 합의 후 1~2시간 만에 서둘러 이루어진 것이다. 특히 조선중앙TV가 평소라면 방송마감 시간인 마지막 뉴스까지 마친 이후에 보도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중대 발표를 할 때면 외무성 성명이나 담화를 활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형식을 갖추려면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신속한 TV보도를 통해 미국의 오전 시간대에 맞춰 회담 복귀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6자회담 재개 합의가 외신을 통해 보도되기 전에 자신들이 먼저 발표함으로써 핵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선전효과도 노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드러진 점은 ‘중국 배제’였다.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이 12일 북한을 방문키로 돼 있고 이를 통해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만남을 통해 회담 복귀를 선언한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6개월 중단됐다가 지난해 2월 재개된 2차 6자회담 때만 해도 북한은 “중국과의 긴밀한 협의 끝에 회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을 쏙 뺐다. 게다가 핵 보유를 선언한 2ㆍ10 북한 외무성 성명 발표 때에 북한은 이를 중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 전통적인 혈맹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결국 북한은 6자회담 복귀 발표 형식을 적절히 조절, 미국과의 양자대화에 중점을 두면서 한국과 협조하고 중국 러시아는 후견인 정도로 두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은 10일 외무성 대변인 발표를 통해 “일본만은 6자회담 재개에 기여한 것이 없다”고 비난, 일본을 무시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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