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선거제도 개편을 조건으로 연정문제를 또 거론했다. “국회가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면 야당에 총리지명권과 내각제 수준의 권력을 이양하는 방안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것인데,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한 연정 논란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
국정실패의 원인을 여소야대 정치구조로 돌리는 발상을 지역구도 해소라는 명분으로 옮기면서 권력배분의 문제를 끌어들이는 논의이다. 건설적이지 못하고, 불순해 보이기까지 한다.
지역구도 해소가 우리 사회의 미결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전적으로 선거구제 변경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선거구제의 문제는 정파 간 저마다의 당위성과 정치적 이해가 가장 예민하게 충돌하는 분야이다.
명분 하나로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님을 여당도 잘 알 것이다. 특히 그 유인 조건으로 대통령의 권한 이양을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문 의장은 야당에게 정치개혁협의회 구성을 제안했지만, 권력 나누기를 미리 밝혀 놓고 정치제도 변경을 논의하는 것은 국민 앞에 여야 야합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대통령의 권한이 내각제 수준으로 이양된다는 것이 어떤 변동이 될 것인지 국민은 선뜻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여소야대의 정치구조가 비정상이 아니라 이런 얘기를 대통령과 당 대표가 불쑥불쑥 하는 모습이야말로 비정상으로 비친다.
경제 침체가 풀릴 기미가 없고, 부동산 정책이나 교육 문제로 소란이 끊이지 않는 데는 여당의 무능 탓도 크다. 연정 얘기는 그만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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