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신입사원의 국어능력에 불만이 크다고 한다. 리크루팅 업체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728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10명 중 1명만이 신입사원의 국어능력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또한 인사 담당자들은 신입사원이 영어능력보다는 국어능력 부족이 실제 일을 하는 데 더 큰 문제임을 지적했다고 한다.
보고서 못 쓰는 신입사원들
대학생의 국어능력 부족은 대학입학 철이 되면 종종 교수들에 의해 제기되곤 하지만, 기업체가 신입사원의 국어능력을 탓하고 나선 것은 별로 들어보지 못한 일이다.
인사담당자 절반 이상이 국어와 관련된 업무능력 중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문을 기획안 및 보고서 작성능력이라고 대답한 것을 보면 글쓰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학부 고학년은 물론 대학원생들이 쓴 글을 보면서 예전과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는 한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의 지적은 대학생들의 국어능력 저하를 교육현장에서 증언하는 것이다.
대학생의 국어능력 부족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은 KBS가 실시한 신입사원 모집 한국어능력시험 결과다. 작년 KBS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1만6,5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는데, KBS가 처음 도입한 한국어능력시험에서 수험생 절반이 낙제점을 받았다고 한다. 시험담당자가 “방송사에 우수인력이 몰리는 점을 감안할 때 심각한 결과”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이들 신입사원들이 누구인가. 밤낮 없이 입시공부를 해서 대학 관문을 통과했고, 또 기업체에 취직할 정도면 대학수학 과정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쌓은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국어능력이 문제가 되는 것은 입시공부가 죽은 공부였거나 대학에 들어가서 국어공부를 소홀히 했다는 증거다. 지난 10년간 영어 광풍이 몰아치면서 국어에 대한 무관심과 냉대가 지나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최근 서울에 사는 어느 영국인이 한국인들의 국어 홀대에 관해 잡지에 기고한 것을 보았다. 그는 딸의 영어 과외에 매달린 어느 엄마의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 사회의 잘못된 영어교육, 아니 국어교육 행태를 꼬집었다.
호주 유학에서 돌아온 학생은 그곳서 배운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회화 과외를 받았다. 엄마는 집안에서 항상 영어 방송을 틀고 영어에 서툰 가족은 방해가 된다는 생각에서 될수록 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영어에 집중한 나머지 딸은 한국말이 서툴렀는데, 어눌하게 한국말을 하는 딸을 바라보며 엄마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 영국인은 한국을 이상한 사회라고 힐난한다. 아직 한국어 어휘력이 부족한 10대 초반의 아이들을 영어유학을 보내는데, 그러면 그 아이들의 한국어 실력은 거기서 멈춰버릴 텐데도 부모들은 영어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영어도 미국발음을 고집하고, 영어 선생의 인종도 꼭 미국 백인만을 찾는다. 자기 국어를 이렇게 홀대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방송에서는 “한글이 아름답고 과학적이다”고 자랑하는데 한국인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 극성의 결과인지 세계화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영어실력은 과거에 비하여 비약적으로 좋아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영어와 국어를 다 잘하면 더 바랄 나위가 없지만, 영어실력이 느는 것과 반대로 국어능력이 저하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글쓰기 능력배양에 큰 도움
요즘 대입 논술 논쟁이 정치판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본다. 글쓰기는 국어능력을 종합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대입제도로서 논술시험을 잘 정착시킨다면 글쓰기를 포함해서 국민의 국어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KBS의 한국어능력시험도 참 좋은 제도로 발전시킬 만 하다. 기업체가 신입사원을 뽑거나 정부가 공무원 전형을 실시할 때 한국어능력시험 점수를 제출토록 한다면 대학생들은 항상 국어능력에 신경을 쓸 것이 아닌가.
논술이 공교육을 망치지 않게 할 방도를 모색하면 된다. 정부와 대학 및 기업이 융통성을 발휘해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논술은 대입전형 수단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의 국어능력을 생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김수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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