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으로든 여대(與大)로 간다.”
노무현 대통령이 7일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들을 만나 이처럼 연정(聯政)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내각제 수준의 권력 이양’ 용의를 밝히자 “특유의 승부기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의 언급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변화의 싹을 찾아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노사정 대타협 정책에 대해 “좀 과욕이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성공하지 못했다” “부끄럽게 생각한다”는 말도 했다. 언론 관계에 대해서도 “일거에 무 자르듯이 해서 무리한 부분이 있었다”고 구했다. ‘오기 정치’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소신을 굽히지 않는 노 대통령이 잘못을 시인하는 모습은 의미심장했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여소야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스스로 변하는 모습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연정이나 내각제 공론화로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 과거 정권도 ‘의원 빼내기’와 ‘공동정부’로 여대 구조를 만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노 대통령이 연정론을 꺼내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구조 개편이나 인위적 새판짜기를 하기에는 지금 할 일이 너무 많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이란 말이 있다. “축구화가 좋지 않아 골을 못 넣겠다”고 핑계를 대봐야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듯이 국정의 어려움을 여소야대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난국 돌파의 해법은 국정운영에 대한 반성 위에서 국정쇄신을 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연정이니 내각제니 복잡한 논리를 내걸지 말고 겸허하게 경제 살리기에 매진한다면 자연스럽게 여소야대의 문제점도 해결될 것이다.
김광덕 정치부 차장대우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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