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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통현장을 가다/ (하) 유통에 부는 환경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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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유통현장을 가다/ (하) 유통에 부는 환경바람

입력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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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바(千葉)현 츠다누마(津田沼)에 있는 이온 쇼핑센터 내 할인점 ‘저스코’ 매장 한 구석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상자형 캐비닛이 놓여 있다. 캐비닛 위에는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30여 환경관련 시민단체의 이름과 활동 내역이 적혀 있다.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맘에 드는 시민단체의 이름이 적힌 캐비닛에 계산이 끝난 영수증을 넣고 간다.

할인점측은 6개월에 한 번씩 캐비닛에 모인 영수증 총액의 1%에 해당하는 금액만큼의 현물을 해당 단체에 제공한다. 이온은 이 같은 방법으로 2003년에만 8,005개 시민단체에 5,200만엔(약 5억 2,000만원)을 지원했다.

우에야마 세이치(上山靜一) 이온 환경담당 부장은 “유통업체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환경활동은 고객이 관심을 갖고 관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온은 이밖에도 재활용 의류로 새 옷을 만들어 ‘셀프 서비스’라는 자사브랜드(PB)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또 재활용 소재로 만든 부엌ㆍ생활용품 PB ‘톱 밸류’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고객 요시하라 미유키(吉原美雪ㆍ여)씨는 “다른 브랜드에 비해 품질이 좋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자주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프서비스 사업부 스즈키 코조(鈴木 弘三) 부장은 “고객들 스스로 환경 운동에 참여한다는 의식 때문인지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덕분에 지난해에 비해 매출액이 150%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도쿄 한복판 신주쿠(新宿)에 위치한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환경경영 모토는 ‘고객에게 알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임무’다. 고객의 참여 없이 유통업체의 환경경영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본에서 유일하게 이 백화점에만 있다는 ‘신사복 재활용 상자’는 그 좋은 예다. 고객들은 신사복 매장에 놓인 박스에 헌 신사복을 갖다 놓는다.

헌 신사복은 처리 과정을 거쳐 자동차 단열재 등으로 재활용 된다. 백화점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오사카(大版) 지점에서만 1만 여벌 이상이 모일 정도로 고객의 호응이 좋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이밖에도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비료로 재생하는 대형 처리시설을 마련하고, 옥상에 잔디를 깔아 열섬 현상을 막는 등 환경경영을 펼치고 있다.

미국 뉴욕주 웨스트베리에 있는 월마트 입구에는 유리병, 캔, 팩 등을 재활용하는 재활용기계(리사이클 머신)이 있다. 어른 키만한 높이의 이 기계에 뉴욕주에서 산 캔, 페트병, 유리병 등을 넣으면 5센트를 돌려준다.

미국은 가정, 호텔, 심지어 공공장소에서도 좀처럼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통 업체들은 선도적으로 쓰레기 재활용에 나서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재활용 기계를 사용하던 크리스틴 월터(47ㆍ여)씨는 “쓰레기를 넣으면 돈이 나오는 것이 신기해 동네에 버려진 병이며 캔을 모아 오곤 한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점포에 근접한 위치에 플라스틱, 알루미늄, 종이 등을 재활용하는 재활용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800여 매장의 조명을 에너지 효율이 높은 형광등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선진 유통업체들의 최근 관심사는 환경경영을 통한 ‘지속가능한 유통’이다. 환경보호라는 이상적 목표만을 실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용감소와 기업이미지 제고 등 실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이온그룹은 최근 환경운동을 지역 주민들과 활발히 전개한 결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브랜드 가치 향상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의 환경경영 활동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롯데백화점은 2003년부터 매장 내 에너지 절약운동을 펼쳐온 데 이어, 지난해 6월부터는 연간 7억 부에 달하는 광고 전단지를 100% 재생용지로 제작하고 있다.

이는 연간 30년 생 나무 2만 5,000 그루를 살리는 효과를 낸다고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연간 상품권 매출의 일정액을 환경보전 기금으로 기부하는 환경상품권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어린이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는 ‘롯데 어린이 환경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환경재단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환경경영이 주로 제조업체에 국한돼 있었지만, 대인 접촉이 많은 유통업체가 환경경영에 나선다면 그 효과는 훨씬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ㆍ도쿄=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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