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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갈치 사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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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갈치 사이소

입력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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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생선을 팔고 사는 부산 자갈치시장. 기운이 축 처져 있던 사람도 힘이 번쩍 살맛 나게 해준다는 이 명물 어시장의 활기가 그림책으로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좋은 어린이 그림책의 모범을 보여온 기획집단 도토리가 ‘어린이 갯살림’ 시리즈 여섯 번 째 작품으로 내놓은 ‘갈치 사이소’다. 와글와글 북적대는 시장의 분위기가 살아있는 생선처럼 펄떡거려 생생하고 흥미롭다.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가 들리고 물쿤한 비린내까지 확 끼쳐오는 듯하다.

이 책은 자갈치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할머니를 따라가며 새벽 시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바다에서 잡힌 생선이 시장에 나오고 손님에게 팔리기까지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는 가장 큰 즐거움은 그림에 있다. 활달한 맛을 내기 위해 동판화로 검은 선을 새기고 그 위에 수채 물감을 칠했는데, 실제 자갈치시장 한복판에 와있는 것처럼 실감이 난다.

남들 다 자는 깜깜 새벽부터 장사 준비를 하는 상인들, 새벽에 열리는 경매 시장, 생선을 싣고 들어오는 배, 시장에서 생선을 나르는 사람들, 장 보러 나온 사람들로 화면이 미어 터진다. 등장하는 다양한 생선들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시장 구경 나선 아이처럼 눈을 반짝 뜨고 신기하게 보게 된다.

이 그림들은 작가가 2년 여 동안 자갈치시장을 서른 번도 넘게 취재해서 그린 것이다. 생선만 해도 비늘의 방향이나 크기, 모양까지 하나하나 확인해서 꼼꼼하고 정확하게 그렸다.

“예쁜 고등어, 고순이 사이소.” “억수로 잘 생긴 갈치 있어예.”처럼 자갈치 시장 사람들의 사투리와 말투를 살린 짧은 글도 재미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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