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불의의 일격을 맞고 런던은 마비됐다. 테러리스트들은 시민들이 2012년 올림픽 개최지 결정으로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고, 보안당국이 북쪽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열리고 있는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만 신경을 쓰고 있을 때 급습했다. 세계는 다시 테러 공포에 빠져들었다.
오전 8시51분 런던 중심가의 리버풀가 역을 시작으로 3개 지하철역에서 차례로 폭탄이 터진 뒤 9시47분에는 타비스톡 광장에 있던 2층 버스 1대가 폭발했다. 굉음이 울리는 40여분 동안 출근길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다. 금융과 역사의 중심지 런던은 혼란의 도시로 변했다.
당국은 추가 테러에 대비, 즉각 모든 지하철과 버스의 운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폭발물 점검에 들어갔다. 겁에 질린 택시 운전사들마저 승차를 거부하고 시내를 탈출해 도시의 신경망이 마비된 형국이다.
시민들은 런던이 테러에 속수무책인 사실에 실망하면서 외출을 꺼렸다. 도심은 가끔 구급차만 오갈 뿐 침통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세계 최대 허브공항인 런던 히드로 공항은 검문 검색의 강화와 승객들의 수속지연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8일부터는 본격적인 테러 후유증이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찰스 클라크 내무장관은 “지하철망은 당분간 중단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런던 경시청은 “런던시가 정상기능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 현장은 여느 테러 현장처럼 참혹했다. 더구나 지하철 테러는 공포 그 자체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튜브(Tube)’로 불리는 런던 지하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됐고, 400㎞에 274개 역을 갖춘 시민의 발이다. 그러나 폭탄이 터진 지하철역은 암흑과 가스연기에 휩싸였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객차 안은 비명과 울부짖음이 그치지 않았고, 닫힌 문이 열리기 전까지 죽음의 공포는 계속됐다. 킹스크로스와 러셀광장 사이를 달리던 지하철에 승차한 앤디 애버내시는 “‘꽝’하는 소리가 난 뒤 기차가 탈선했고 사방이 연기에 휩싸였다”면서 “옆에 있던 남자가 죽고 많은 사람들이 부상했다”고 말했다.
지상의 목격자들은 2층 버스가 폭발로 상단 지붕이 공중으로 날아갔으며, 수십 명이 피를 흘린 채 길가에 나뒹굴었다고 말했다. 다이안 케이스는 “버스에는 30명 가량이 탑승하고 있었다”며 “폭발로 없어진 희생자가 많았다”고 몸을 떨었다.
진상 파악이 늦어지면서 영국 정부도 큰 혼란을 겪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처음에는 G8 정상회의를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가, 1시간도 안돼 사 런던으로 돌아왔다.
사망자 숫자는 처음 2명에서 4시간 뒤에는 12명으로, 다시 런던경시청의 공식 브리핑에서는 33명으로 늘어나, 시간이 갈수록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을 놓고도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전압상승이나 열차 충돌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도는 등 혼란이 일었다. 그러나 폭발이 동시다발로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이후 사고현장 한 곳에서 폭발물 잔해가 발견되고, 이스라엘측이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통보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영국 당국은 사건을 테러로 공식 인정했다.
한편 런던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은 영국을 방문 중인 벤야민 네탄야후 재무장관이 테러의 표적이 됐다는 정보가 입수되면서 출입을 전면 금지시키고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영국을 방문 중인 벤야민 네탄야후 재무장관이 폭발 현장 근처에서 열린 경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고 그가 도착하기 전에 폭발이 발생했다는 정보도 나돌고 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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