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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韓-쿠바 민간교류 첫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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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韓-쿠바 민간교류 첫 발

입력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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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종려나무가 자라는 곳의/ 성실한 사람이오/ 나는 죽기 전에/ 내 영혼의 시를 노래하고 싶소’ 호세 마르티(1853~1895)의 시 ‘관타나메라(관타나모의 아가씨)’의 첫 구절이다. 6월 초 쿠바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와 국교가 없는 쿠바는 가볼 기회가 없었기에 꼭 가 보고 싶었던 나라였다. 아바나 시내의 건물들은 지난날의 화려했던 골격만을 유지한 채 말없이 서 있었다. 거리를 다니는 오래된 자동차들은 독한 가스를 내뿜고 있었다.

혁명은 쿠바에 엄청난 변화를 주었다. 독재자 바티스타가 미국으로 떠났고 1959년 피델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 혁명투사가 아바나로 들어와서 나라살림을 맡았다. 쿠바가 지향한 혁명은 철저한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국유화, 계획경제, 사회보장제도 확립에 역점을 둔 것이었다. 쿠바는 국민에게 풍요로운 경제생활을 선사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문맹을 없애고 수준 높은 의료제도를 구축했으며 문화와 예술을 국민생활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 중남미 각국에서 크고 작은 수술을 받으려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아바나를 찾고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봉쇄와 1990년대 동구권의 몰락은 쿠바 경제를 위기로 몰아갔다. 외국의 투자를 기다리며 자유무역 단지를 조성하고 외국인을 위한 관광특구도 관리하고 있으나 경제가 살아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11만㎦의 면적과 1,100만 명의 인구를 지닌, 카리브해에서 제일 큰 섬나라 쿠바에는 손대야 할 곳이 너무나 많다. 우수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에 합당한 동기가 부여되는 날이 오면 나라환경이 급속히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00년 전 멕시코로 떠난 우리 이민 중 270여 명이 쿠바로 건너가 3, 4대째 정착해 살고 있다. 쿠바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 암펠로스 그룹은 우리 이민 후예와 한국어에 관심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호세마르티문화원 산하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6월5일 한국_쿠바 문화친선협회장 명의로 아르만도 하르트 호세마르티문화원장과 양국 간 문화교류 합의서에 서명했다. 양국 초등학교와 중ㆍ고교, 대학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스포츠 및 예술분야의 교류도 적극 추진한다는데 합의하였다.

이것은 민간차원의 순수한 교류를 뜻한다. 한국과 쿠바가 함께 내딛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아직 수교가 되어 있지 않은 쿠바가 빗장을 풀 날도 머지 않았다.

조갑동 전 주콜롬비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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