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근본적 모순과 겹친 자연재해로 극도의 식량위기에 놓인 북한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대북지원이라는 단어는 이제 남북한 양쪽에 일상적 단어로 자리잡았다.
대북지원 10년간 추이의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대북지원의 핵심 주체가 국제사회에서 남한으로 변했다는 점일 것이다. 총액규모로 볼 때 2003년부터 남한은 대북지원전체의 절반이상을 지원하고 있으며, 2000년대 중반이후 북한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식량의 절반이상을 남한이 지원하고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이는 북핵위기 심화로 인한 국제사회의 시각변화와 아울러 북한내의 인도적 상황개선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한민족 사이의 지원이라는 특수관계에 기초한 남한의 대북지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북한의 대남 의존도도 점차 심화하여 온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대북지원 10년을 통해 남한은 북한내의 인도적 상황의 개선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北 인도적 상황 개선에 기여
대북지원은 남북한 간의 거리감을 상당부분 줄여주었다는 점에서 남북한 사회 양자 모두에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대규모의 지원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은 더 이상 남한사회의 대북지원을 주민들에게 감출 수 없게 되었으며, 북한 주민들은 남한사회의 대북지원을 생소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한사회 역시 대북지원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대북지원에 대한 소모적 ‘퍼주기 논쟁’ 속에서도 북한의 용천역 폭발사고는 남한사회의 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사안으로 받아들여졌다. 대북지원에의 참여는 통일 문제에 있어 연령과 계층의 경계를 벗어나 일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계기였다는 의의를 지니고 있다.
10년 간의 전개과정을 통해 양적, 질적 발전을 이루어온 남한사회의 대북지원은 동시에 개선의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대북지원의 양적확대과정에서 ‘지원자 편의주의’와 ‘과당경쟁’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인도적 지원의 경우 지원을 받는 쪽의 필요성이 핵심적 의의를 지니나, 대북지원의 경우 이 같은 원칙을 견지하지 않는 경우들도 발생했다. 대북지원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민간단체도 그 수가 증가함에 따라 부분적으로 경쟁체제의 형성과 아울러 중복지원 및 과당경쟁 등 부정적 측면이 야기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대북지원의 발전적 방향성 모색을 위해서 우선 대북지원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대북지원의 필요성은 상당부분 북한의 구조화된 경제문제에서 비롯되는 만큼 대북지원의 성격이 ‘긴급구호’에서 ‘개발지원’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북지원의 목표도 재난에 대한 긴급구호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시스템차원의 예방능력개선으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대북지원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협력적인 상호보완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대북지원 민간 단체들의 양적 확대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적 상황을 감안하여 사업의 효율적 추진 및 부작용 방지 등을 위해 민간단체사이의 자율적 협력구도도 확대될 필요가 있다.
특히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경험과 노하우, 북한측과의 연결망 등은 대북인도적 지원에 있어서 중요한 자산으로 관리·활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국민적 합의ㆍ패러다임 전환 필요
그동안 대북지원도 민족문제 정쟁화라는 소모적 재생산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퍼주기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에서 대북지원에 대한 국민적 합의구조 형성이라는 적극적 문제의식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대북지원은 인류애와 동포애의 구현과 아울러 분단상태의 평화적 관리와 통일을 위한 불가피한 비용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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