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주재 이집트 대사 내정자 이합 알 샤리프(51)가 알 카에다에 의해 살해당한 사실이 알려진 뒤 당사국인 이집트, 이라크는 물론 아랍권 전체가 여파로 술렁이고 있다.
이집트의 호즈니 무바라크 대통령은 7일 샤리프 대사의 죽음을 공식 확인하면서 “이라크와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집트 야권은 “미국에 잘 보이려고 이라크의 불안한 정세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서두른 무바라크 대통령 때문에 죽은 것”이라며 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이집트는 결국 이 날 이라크 공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이라크 정부는 8일 “외교관의 안전을 위해 본인이 거절해도 안전 요원이 반드시 동행토록 하겠다”고 다른 나라들을 안심시키려고 애썼다. 국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과도 정부로서는 그나마 외국 정부의 지지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다. 현재 아랍 14개국을 포함해 46개국이 이라크에 외교관을 파견하고 있다.
최근 무장 저항 세력이 외국 외교관에 공격을 집중해 왔고 결국 이집트 대사가 살해당하면서 외국 공관이 이라크를 떠날까 봐 전전긍긍이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이라크 내부의 테러 세력에 대한 우리의 대비는 철저하다”며 “이번 공격도 내부가 아닌 외부 세력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요르단을 비롯한 다른 아랍 국가들은 “외교관 살해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테러 세력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알카에다가 아랍 국가 중 처음으로 이라크 과도 정부와 정식 대사 관계를 맺으려 했던 이집트 대사를 살해했다는 점은 아랍 국가들에게 커다란 압력이다. 앞으로 이라크와의 관계 정립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나를 놓고 적지 않은 고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당황했다. 미국은 이라크 과도 정부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해 주변 아랍 국가들에게 이라크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해 오던 터였다. 미국이 동요하는 아랍권을 어떻게 설득할지 주목된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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