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교과형 논술고사 시행 여부를 놓고 당정과 서울대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학교 현장은 혼선 속에 입시 지도에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서울대가 추진하는 입시안에 대해 반발과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논술고사 지도를 따로 실시하고 있었다.
반면 특수목적고 및 서울 강남지역 고교들은 통합교과형 논술고사 실시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미 구체적인 대비에 나섰다.
인천 백석고 오제민 교장은 “대학이 내신성적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로 학생을 뽑길 바라지만 입시안을 가지고 당정과 다투고 있어 일선 고교 입장에서는 막막하다”며 “현재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에 대비해 국어 사회 과학 등 각 과목 교사들이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고사 지도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풍림여고의 이모 교사는 “정부의 내신성적 강화정책을 철썩 같이 믿었는데 최근에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니 내신성적과 논술고사 중 어디에 비중에 둬야 할 지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이 교사는 “정부 말만 믿다 우리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는 만큼 구체적인 논술고사 지도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혼란은 더 했다. 진성여고에 다니는 고1 딸을 둔 이모(45)씨는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지만 서울대가 기존 정책을 결코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며 “지금으로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 양정고 1학년 최모군은 “학기초 선생님께서 내신성적과 수능에만 대비하면 된다고 했다가 최근엔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여름방학 때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공부하면서 논술학원에도 다니는 등 양다리를 걸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특목고와 강남지역에 있는 고교는 서울대 입시안에 적극 찬성하면서 논술반 편성, 외부강사 초빙 등으로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D외고의 한 교사는 “논술고사 지도를 혁신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라며 “고교 간 학력차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정부가 왜 이를 무시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부 정책을 비난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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