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외국에 가야 한다면 한나라당과 같이 가세요.”
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 수석부대표가 외유시즌을 맞아 지난 6일 의원총회에서 읍소하다시피 당부한 말이다. 외유를 바라보는 국민 시선이 따가우니 만큼 가더라도 야당 의원들과 같이 가라는 말이었다.
우리당 지도부도 요즘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이들은 뉴 스타트 운동을 선포하며 “휴가를 반납하고 민생현장을 누비겠다”고 큰소리까지 쳤다. 그런데 자신들의 공언과 읍소에도 불구하고 소속 의원들은 듣는 시늉만 할 뿐 끼리끼리 외유에 나서 지도부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들을 잡기에 역부족을 실감한 지도부가 궁여지책으로 “욕을 먹어도 함께 먹는 게 낫다”며 상임위 등 여야가 함께 가는 일종의 ‘물귀신 외유’ 작전을 권하는 것이다.
한나라당도 이런 분위기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 북중미의 유기농산업 시찰을 목적으로 지난 6일 여야 의원들이 동반 출국한 농해수위의 한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상임위 시찰 명목에 여야가 함께 나가면 눈총을 덜 받지않겠느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얼굴만 보면 으르릉거리는 여야관계와는 반대로 외유만큼은 ‘여 따로 야 따로’가 아닌 ‘우리 함께’가 대세다. 우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절친한 우리당 의원들과 일주일 정도 중국에 다녀올 계획이었는데 눈치가 좀 보여 한나라당 의원 몇 사람에게 함께 가지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비판여론 때문에 별다른 외유 계획을 잡지 않았던 한나라당의 한 여성의원도 “여야 의원들이 함께 다녀오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우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일정이 빡빡한 공식회의나 발표 등이 많은 해외출장은 참석할 의원을 찾기가 쉽지않다”며 “7,8월 외유는 반은 휴가라는 인식때문인지 너나 없이 가려 한다”고 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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