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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니 땅이 '푹~' '푹~' 잠못드는 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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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나니 땅이 '푹~' '푹~' 잠못드는 무안

입력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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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꺼진다. 전남 무안군 무안읍에서는 1992년부터 최근까지 수십여 차례 지반침하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창고가 땅 속으로 사라지고, 멀쩡한 집 벽에 금이 쩍쩍 가는 현상이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막상 행정당국은 예산타령만 늘어놓고 있다.

“아따, 공포영화 보는 것이랑 똑같당께라. 하룻밤 자고 나면 창고가 땅 속으로 꺼져버리고 도로와 집은 금이 쫘~악 가버린당께라.”

7일 전북 무안군 무안읍 교촌리. 논밭에서 바삐 일하는 농부의 손길 대신 마을 어귀부터 ‘쿵닥 쿵닥’ 하는 시추 소리에 작업모를 쓴 지질조사단과 군청 직원들로 대규모 공사현장을 방불케 한다.

13년 전부터 무안읍 성내천~중상천을 중심한 상가, 주택가 밀집지역에서 ‘땅꺼짐’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피해를 입은 김모(49)씨는 “부엌, 창고, 방 안 벽에서 균열이 생기면서 쫘~악 찢어지는 소리에 온몸에 전율이 인다”며 “이사 가려고 하는데 군청 직원들이 찾아와 더 이상 침하는 없으니 그냥 살라고 하지만 불안해서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피해를 입은 강모(47)씨는 “튼튼한 슬라브집 전체에 금이 가고 문틀이 뒤틀어졌다”고 말했다. 강씨는 최근 이사 갔다.

무안읍 성남리 윤모(75)씨 집은 93년 맨처음 2㎙ 가량 내려앉아 성토작업을 했지만 95년 다시 7㎙ 정도 무너졌고, 2000년 1월 28일에는 방앗간 창고가 직경10㎙, 깊이 13㎙의 웅덩이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주민 1만1,000여명은 “군은 예산타령만 하지 말고 예비비 등 가용 예산을 모두 풀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안군은 지반침하지구 보강공사를 위해 2001년 10월부터 지금까지 116억원(국비 60억, 지방비 56억원)을 들여 정비계획을 벌이고 있다.

최초 침하가 발생한 성남지구에는 585공을 뚫어 지반보강공사를 마무리했으고 현재 성내지구 167공을 보강하고 있다. 성남, 성내지구 8.0㏊는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됐고 지반침하 원인으로 지적되는 지하수 개발을 전면금지, 성동지구까지 포함한 32㏊를 지하수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했다.

2001년부터 3년간 이 일대 지질조사를 한 농업기반공사 조사팀은 “무안읍내의 지하층이 석회질로 형성, 우물처럼 지하수가 차 있거나 텅 비어있는 곳이 많아 이런 현상이 난다”며 “지역 상가와 300여가구가 밀집된 중심가 등 읍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지질조사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밝혔다.

조사팀은 “이 지역은 옛부터 생활ㆍ농업용수가 부족해 관정 개발을 많이 했던 곳이고 최근 침하한 교촌리에서도 주민들이 농업용수 관정을 개발하고 있었다”며 “지하수 사용이 지반 침하를 촉진시키는 경우”라고 말했다.

복구공사를 맡고 있는 호남지질공사 정승현 소장은 “교촌리 시추현장 지하 30㎙를 측정한 결과 3㎙짜리 시추장비가 그대로 쑥 들어갔다”며 “보강공사에서 지반 침하지역 주위를 살펴본 결과 10㎙ 이상의 공동이 400여개나 발견되는 등 작은것까지 합쳐 1,000여개 이상의 공동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문제가 되는 곳은 무안국제공항이 있는 무안군 망운면과는 10㎞, 전남도청사가 이전할 무안군 일로읍과는 30㎞ 정도 떨어져있다. 관계자들은 석회암층이 무안읍내에 주로 분포돼있어 이들 주요 기관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전남농업기반공사 환경지질팀 서구원 과장은 “석회암층은 무안읍 북쪽인 함평군 엄다면에서 남쪽으로 무안읍 청계면에 이르고 있어 추가 지반 침하가 우려된다”며 “장기적인 재해방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막상 인명 피해가 없어 군이나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실상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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