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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젊은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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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젊은 천사

입력
2005.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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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우씨의 글을 읽는 일은 두렵고 때로 고통스럽다. 그것은 그가 자재로이 구사하는 생경한 어휘와 표현 때문만도, 안이하고 타협적인 말과글의 습성을 향해 단도직입 준엄하게 찔러오는 독설 때문만도 아니다.

그것은 빈틈없이 전면적으로 파고드는 그 공격 앞에 참혹하게 유린당하면서도 일언반구로도 저항할 수 없는 궁색한 자의식을 들여다봐야 하는 두려움이고 고통이다. 또 그것은 만신창이로 널브러진 채 입초리 실룩거리며 웃음짓는 피학의 쾌감 같기도 하다. ‘젊은 천사’에 담긴 두 편의 중편(표제작과 ‘벙어리의 말’)도 그런 소설이다.

‘벙어리의 말’은 지방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나’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겪는 이 시대 말과 글과 문학의 저열함과 온갖 비문학적 행태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과 한탄을 담고 있다.

“글쟁이들끼리의 인정과 의리를 들먹이는 희떠운 짓거리”(137쪽) “20년이나 30년 전에도 한 소리를 지천명의 나이나 환갑 넘어서도 되뇌는 현상”(193쪽) “소모품의 기계적 양산으로 미친 듯이 돌아가는 오늘의 경제생활을 그대로 반영하듯 문학판에서도 비내구성 상품이 넘쳐나고…” 등등.

신춘문예 심사의 병폐를 두고는 “이런 무잡한 관행이 정착한 데는 …주최측 관계자들이 반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하고, 나머지 반은 글이란 누구라도 쓸수 있다는 반전문가적ㆍ비직업윤리적 ‘관습법’과, 그처럼 아무렇게나 쓴 글들을 어떤 경계도 긋지 않고 유통시켜온 우리의 ‘전근대적’ 문학전통이 짊어져야 한다”(252쪽)고 적기도 했다.

서사는 화자인 교수와 한 늦깎이 편입생 제자와의 문학적 교감의 궤적을 따르고 있다. 교수가 풀어놓는 문체론 문장론 구성론 등은 한 편의 결곡한 문학론으로도 읽힌다.

소설 속 화자는 그 해 신춘문예의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놓고 “불쑥불쑥 개수작 마라고 고함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다가, 이내 머리를 주억거린다. “인생이란, 또 세부로서의 삶의 곡절이란, 더 크게는 이 사회의 모든 제도란 그런저런 복마전의 연속일지 모른다는….”(260쪽) 그러면서도 제자의 독백을 떠올린다.

“말이 나를,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면, 그래서 우리의 생업도 자꾸만 삐걱거린다면 이 일터의 우리 전부는 얼마나 비참해질까요.” 표제작 역시 지방대 교수사회의 이면을 통해 현대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한 개인의 삶을 통해 시대적 모순을 꼬장꼬장 묘파하는 작품이다.

작품 끄트머리에 가서, 말ㆍ글의 질서로서의 제도 앞에 자신의 역할 한계를 인식하며 스스로를 벙어리라 말하는 문창과 교수의 탄식이 오래 남아 우리를 보깨게 한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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