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누워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의 숫자를 세던 이모씨는 2만까지 세다가 결국에는 포기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몸은 피로하고 눈은 감기는데 도무지 숙면을 취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낮에는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겁다. 오늘 아침에는 회사 책상머리에서 졸다가 상사에게 주의를 듣기도 했다. 이렇게 잠을 설친 게 벌써 일주일째다.
식욕이 떨어지면서 몸무게가 크게 줄었고, 수시로 샤워를 해도 곧바로 땀이 흥건하다. 밤이 깊어도 잠은 안 오는데 내일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런저런 스트레스 속에서 불면의 여름 밤은 깊어만 간다.
더위가 일찍 왔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7월이 채 시작되기도 전부터 이미 불볕더위가 한창이다. 여기에 축축한 장마까지 길어질 전망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부터‘자도 자도 잠이 쏟아진다’에서 ‘잠을 못자서 피곤하다’, ‘기운이 없다’, ‘소화가 안 된다’ , ‘어지럽다’, ‘나른하다’ 등등, 일명 ‘여름 피로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심한 경우 설사와 어깨 결림증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딱히 몸에 이상이 있어서라기보다 작은 피로들이 쌓여서 생긴 것이다.
여름 피로증 왜 생기나?
여름 피로증은 대부분 더위로 인한 체력소모와 과다한 땀 분비, 그리고 휴가 때 여행이나 레저활동 후의 심리·육체적 피로 등이 원인이다.
더위가 계속되면서 체온이 올라가 뇌의 시상하부(視床下部)의 식욕조절기능을 담당하는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식욕이 떨어지고 그로 인해 기력이 소진되는 것이다.
심하면 자율신경에 이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을 방치하면 인체 내의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몸의 저항력이 감소된다.
피로가 쌓여 저항력이 감소되면 감기나 결핵을 비롯한 각종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잠복해 있던 만성질환이 악화될 수도 있다. 또 정신집중 장애로 작업능률과 판단력이 떨어지고 망각증상이 생기며, 자주 짜증을 내는 등 정신활동과 행동장애를 유발할 수도 있다.
여름 피로증 이기는 9가지 생활습관
여름 피로는 생활 속에서 파고드는 피로들이 쌓이지 않도록 그때그때 풀어주는 것이 최선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섭생이 중요하다. 이에 여름 피로증을 이기는 생활습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 첫째, 생체리듬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여름에는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 따라서 기상과 취침, 활동 등을 규칙적으로 함으로써 생활생체 리듬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 둘째, 체력소모가 많은 여름일수록 잘 먹어야 한다.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체력소모가 심한 데다가 식욕이 떨어져 영양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더 쌓이게 된다.
게다가 날씨가 덥다 보니 냉면, 아이스크림 같은 찬 음식들을 자주 찾게 되는데, 이런 음식들은 대부분 기초대사에 중요한 영양소인 단백질이 부족하다. 따라서 여름에는 몸에 생기를 주는 비타민과 함께 단백질이 많은 육류, 생선류 등을 빠짐없이 섭취하는 게 좋다.
▲ 셋째, 음식은 조금씩 자주 먹는다. 과식하면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위에 많은 혈액이 몰려 몸 전체가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양질의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어 위의 부담을 줄이고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 넷째, 물을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다. 수분을 과다 섭취하면 위액이 묽어져 소화능력이 저하되고, 물을 많이 마시면 포만감이 생겨 정작 몸에 필요한 영양소 섭취를 저해할 수 있다.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괜찮지만 하루 2ℓ 이상 물을 마시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 다섯째, 지나친 냉방은 자율신경계에 이상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삼간다. 특히 지나친 냉방은 어린아이들의 땀샘 기능을 저하시켜 갑자기 더위에 노출되었을 때 열사병에 걸릴 위험을 높인다. 따라서 실내온도와 바깥 온도는 5도 이상 차이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 여섯째, 과로는 금물이다. 더위로 인해 체력이 많이 소모되어 있기 때문에 심한 육체 노동이나 과로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일사병과 같은 여름철에만 나타나는 각종 질병들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피로를 풀기 위한 적절한 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 일곱째, 운동은 체액을 많이 소모하는 격렬한 운동 戮?가벼운 운동으로 대신한다. 특히 피로 증상에 시달린다면 심신을 단련시키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땀의 소모가 적은 걷기, 스트레칭 등 가벼운 운동을 일주일에 3~4회 정도 하는 것이 좋다.
▲ 여덟째,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한다. 여름철 피로는 대부분 육체적 원인과 더불어 정신적 스트레스가 겹쳐 생기므로 평소 주위 사람과 대화를 자주 나누면서 심신을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친구들과 만나 즐겁게 어울리는 것이 좋다.
▲ 아홉째,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 스트레스는 피로의 주범인 만큼 되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려운 일은 작업능률이 가장 좋을 때 처리하고 일의 내용에 변화를 주어 수시로 기분을 전환하는 게 좋다.
그러나 여름 피로증이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된다면 심각한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전문의들은 “ 여름철 흔히 보이는 짧은 기간 동안의 피로증세는 충분한 휴식과 수면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특별한 원인 없이 피로가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이는 단순한 여름 피로증이 아니라 간 기능 이상이나 당뇨, 갑상선 질환 등 몸의 이상 신호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원인을 찾기 위해 정밀진단을 받아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 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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