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당정회의 직후인 6일 오후 “입시안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던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오후 6시30분께 서울로 올라와 서울 시내 모처에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뒤 학교 관계자들과 밤새 전화로 대책을 숙의했다.
정 총장은 7일 오전 7시께 한 음식점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 대책회의를 주재했고 이어 오전 10시30분께 학교로 출근해 보직교수들과 회의를 가졌다.
보직교수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서울대가 정부와 정면대결을 벌이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은 곤란하지 않겠느냐”며 “새로운 입시안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교육인적자원부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서울대가 전향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오후 2시 대학본부 4층 대회의실에 들어선 정 총장은 바로 당정을 향해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중요한 문제여서 발표내용을 적어왔으니 읽겠다”고 무겁게 말을 꺼낸 정 총장은 “(이번 사태는) 서울대의 입시정책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못해 생겨난 오해이며 우리는 교육부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자율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공정한 기준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뒤 자리를 떴다.
이에 앞서 정 총장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과의 전화통화에서 교육계 및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신의 퇴진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이 임면하는 자리이니 물러나라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해 정치권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 총장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이 나서 더 강한 어조로 당정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당정이 우리 학교의 입시안에 대한 분석과 이해도 없는 상태에서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아직까지 논술고사의 유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잘못된 정보에 기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본부장은 특기자전형에서의 특수목적고 우대 논란에 대해 “자연대와 공대에서 특기자 전형 선발인원이 늘어나지만 이는 교육부가 권장하고 있는 특목고 동일계 전형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정시모집에서의 통합교과형 논술고사가 특목고 출신에게 유리하다는 주장 역시 현재 수시모집에서 실시 중인 논술고사와 심층면접 결과에 비추어 볼 때 타당하지 않다”며 “내신성적 반영비중이 현 수준으로 유지되는데다 등급 구분이 (5등급에서 9등급으로) 늘어나 실질반영비율이 확대되므로 특목고생들의 경우 현재보다 더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일선 고교에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이 충실하게 이루어진다면 독서이력 봉사활동 등 비교과영역의 반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교육부의 내신반영 비율 상향조정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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