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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내 추억속의 맥주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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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원의 길 위의 이야기] 내 추억속의 맥주 이야기(2)

입력
2005.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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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어른들은 늘 막걸리 아니면 소주를 마셨다. 둘 다 마을 앞 가게에서 팔았다. 밀주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누룩을 뒷방 깊숙이 숨겨두고 제사 때나 명절 때 몰래 빚었다.

내가 우리 마을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처음 본 건 어느 해 가을 농사지은 벼를 수매할 때였다. 짚으로 짠 가마니 속의 벼를 대통으로 찔러 대통 속에 담겨 나온 것을 검사해 1등품에서 4등품까지 정했다. 쭉정이 없이 빛깔도 좋아야 하지만 손으로 만졌을 때 바삭한 느낌이 들만큼 잘 마른 벼일수록 등급이 높았다.

그날 점심때인가 새참 때 수매 검사관이 맥주를 마셨다. 마을 사람들은 길바닥에 ‘바게쓰’째 막걸리를 내놓고 돌아가며 한 대접씩 떠 마셨다. 그날의 풍경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동네 어느 아저씨의 다음과 같은 말 때문이었다.

“허허, 우리는 쌀농사 짓는다고 쌀로 빚은 술을 먹고(그러나 공판장의 막걸리는 쌀이 아니라 옥수수로 빚은 것이었다) 우리 벼를 검사하는 양반은 농사 안 짓는다고 그냥 보리술을 마시네.” 그때 나는 보리로 만든 술이 왜 쌀로 만든 술보다 비쌀까.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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