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으로 진단받은 환자 10명 중 1명은 전혀 다른 질환을 결핵으로 잘못 진단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고원중 교수팀은 1998~2001년 가래 검사를 통해 폐결핵으로 진단된 환자 616명을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8%인 50명이 결핵균이 아닌 ‘비결핵 항산균’으로 판정됐다고 7일 밝혔다.
비결핵 항산균에 의한 폐질환은 기침 가래 등 폐결핵과 유사 증상과 검사결과를 보이지만 전염되지 않고 치료법이 전혀 다른 질병이다.
고 교수는 “비결핵 항산균 환자는 그 동안 폐결핵으로 오인돼 결핵치료를 받았지만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생활도 제약 받았다”며 “일부 환자는 1차 약물로 치료 안 되는 다제내성 폐결핵으로 오인돼 수년간 2차 항결핵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고 교수팀은 가래에서 균이 발견된 환자를 대상으로 2차 검사인 핵산증폭검사(PCR검사)와 배양검사를 해 50명의 오진 사례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결핵균과 비결핵 항산균이 구분되지 못한 것은 X선과 현미경으로 가래 균을 검사하는 ‘객담도말검사법’으로는 이들 질병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폐결핵 다발지역인 우리나라는 그 동안 비결핵 항상균이 극히 드문 지역으로 분류돼 이에 대한 2차 검사를 소홀했기 때문이라고 고 교수는 설명했다.
보통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비결핵 항산균이 많은 나라에서는 1차 객담도말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와도 추가 정밀검사를 통해 결핵을 판정한다.
고 교수는 “결핵 다발지역인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양성반응이 나오면 추가 검사없이 결핵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며 “1차 가래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여도 핵산증폭검사와 배양검사 등의 추가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60세 이상이거나 예전에 폐결핵을 치료받고 재발 판정을 받은 환자들은 비결핵 항산균 가능성을 고려해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한편 국내 결핵 유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10만명당 91명으로 사망원인 10위다.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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