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수렁에 깊이 빠진 두산 김경문 감독은 요즘 “비라도 내려 경기가 취소됐으면”하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서면 하늘 먼저 쳐다본다고 한다. 7일 두산과 LG의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 보슬보슬 내리던 비는 2회말 두산의 수비 때 소나기로 바뀌었고 경기는 7분간 중단된 뒤 다시 속개됐다.
1사 만루 위기. 비는 그치지 않았고 선발 박명환은 연방 유니폼 뒷 주머니의 송진가루 백을 집어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딱하게 이를 지켜보던 김 감독은 심판에게 경기 중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LG 이병규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아 1-3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대세는 LG쪽으로 기울어 결국 어정쩡하게 내린 비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이를 두고 궁인모사(窮人謀事)라 했던가. 궁한 김에 잔꾀를 부리면 일을 망칠 때가 많다는 선인들의 가르침이다.
잠실=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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