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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몇몇 대학위해 공교육 망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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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몇몇 대학위해 공교육 망칠 수 없다"

입력
2005.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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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7일 중앙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북핵문제에서 서울대 입시안을 둘러싼 갈등 등에 이르는 주요 현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발언록 요지.

▦남북 문제

_ 정동영 통일장관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체니 미 부통령에게 중대제안을 설명했는데 그 내용은.

“협상의 전략적인 요소가 있고 미국과 조율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공개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양해해달라. 심각한 국민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면 비밀로 처리할 수 없겠지만 포괄적으로 위임 받은 범위 안에서 운용하고 있고, 성사됐을 때 여야 없이 동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_7월중 6자 회담이 재개돼도 실질적 성과가 있을 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검토하고 있나.

“6자 회담 성과에 대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나 비관적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 세계에서 가장 고집스러운 북한과 세계에서 자기 주장이 가장 강한 미국이다. 이 두 나라 사이에서 협상을 성사시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느 쪽도 상황을 파탄에 이르게 할 수 있을 만큼 자유롭진 않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은 핵을 선택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미국은 무력을 선택할 수 없다’는 게 지금까지 우리 한국의 선택이다.

정상회담 역시 전략적으로 유효하면 좋지만 유효하지 않으면 정상회담 자체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북미간 타협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북측이 ‘남북정상회담을 해도 북쪽의 양보만 요구할 것 아니냐’는 선입견을 갖고 있는 동안에는 정상회담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나의 전망이었다.

이 전망은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정동영 장관의 특사 방문을 계기로 북쪽의 판단이 조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나는 항상 ‘언제, 어느 때, 어디서라도 좋다’라고 열어놓고 있으니까 또 어떤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끊임없이 모색해 보겠지만 아직은 좋은 기미, 좋은 신호는 없다.”

_ 자이툰 부대의 철수나 감군에 대한 생각은.

”철군이나 감군은 상황을 봐서 하겠지만 두 가지다. 한미관계의 현실적 토대에서 파병한 것이므로 이를 고려할 것이고 우리 군대가 아르빌에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이제는 미국 뿐 아니라 이라크와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실컷 잘해주고 떠날 때 섭섭하다는 소리를 듣기 보다 마지막까지 관리를 잘하면서 우리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적절히 검토하겠다.”

▦정치분야

_여론조사 결과 여소야대 상황과 연정 등에 대한 대통령의 문제제기에 공감한다는 게 50% 가까이 되지만 ‘공감 안한다’가 더 많다. 노 대통령의 구상은 무엇인가.

“느닷없이 여소야대의 애로를 말한 게 아니다. 후보시절 여소야대에 대비하고 고민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느냐.(웃음) 여소야대는 오래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여대로 간다. 미국처럼 정당적 통제가 없는 나라에서만 여소야대가 얼마간 유지되는 것이고 나머지는 다 연정한다는 얘기다.

내 얘기는 부당한 금기를 없애자는 것이다. 연정이라는 말 자체가 부도덕한 것이 아니구나라는 수준으로만 국민에게 인식되면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본다. 거국적 국정운영을 하자면 사실상 대연정에 준하는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거국적 국정운영은 내가 너무 잘해 야당도 박수를 쳐주면 그것이 거국적 국정운영인데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었다. 역사에 이름이 남은 링컨도 야당에게 시달렸다. 지금은 소연정, 대연정이든 정계개편의 음모, 야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어서 거국적 국정운영이라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대통령의 사정으로 시도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야당의 사정이 이를 못 받아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_국회가 지역구도를 논의하면 대통령의 권한 절반 이상을 내놓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는데.

“내가 쓴 원본에는 대통령의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말했다. 그래 놓고 그 이상의 것도 감수할 용의가 있다고 했는데 연설팀에서 권력의 절반이상을 이양하겠다고 고쳤다. 왜 고쳤냐고 하니까 과격한 것 같아서 중화시켰다고 했다. 그래서 이걸 고치지 말라, 핵심적 메시지라고 말했다.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 여야가 합의만 하면 언제 어느 때 해결돼도 전혀 나쁘지 않다. 우리 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대통령 권력을 내놓아도 된다는 것이다. 선거를 다시 하자면 국민이 너무 힘드니까 실질적으로 권력만 이양하면 되지 않겠느냐. 진지하게 지역구도를 해소하는 제도로 협상하겠다면 그 이상의 것도 협상할 용의가 있다.”

_ 우리당에서 합당을 검토한다면 민노당, 민주당 둘 중 하나가 될 것인데 어디가 가능성이 높나.

“생각해 보지 않았다. 연정 얘기를 한 것은 금기를 깨자는 게 첫번째이고 두 번째는 우리 정치에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새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지난날 역사는 투쟁만 杉? 협력을 제대로 해본 역사가 없다. 말로만 상생이지 돌아서면 대변인의 독설정치가 됐다.

연정을 머리에 담을 때는 이 문화를 어떻게 극복할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원론정치를 하고 있다. 13대 국회 초선 때부터 나도 전략, 술수가 없었겠느냐. 하지만 원론정치는 한번도 안 놓았다. 이론상으로는 야당이 다 뭉치면 야대가 된다, 야당이 뭉쳐서 달라면 (정권을) 드릴테니 대화정치를 해보자, 그게 안되면 소연정, 대연정이라도 하자. 대변인 독설정치, 가십정치 이 수준을 넘어서는 그런 정치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경제문제

_연초에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정치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책임회피가 아닌가.

“대통령이 다루고 있는 과제 중에 경제와 연결되지 않은 과제는 하나도 없다. 인과관계를 한 단계만 딱 넘어가면 전부 경제로 집약된다. 남북관계, 한미동맹 등 그 모든 것이 경제안정에 집중돼 있었다.

짧게 봐도 정치와 경제가 무관하지 않다. 경제는 경제부총리한테 가급적이면 맡기고, 그 다음에 총리가 경제에 참 밝다.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우리사회의 제도와 문화, 그리고 질서, 사고방식이 정상적으로 판이 짜여지도록 하는 데 좀 노력을 해 보자고 했다. 경제를 소홀히 한 게 아니다.”

_ 부동산문제를 경제원리로 풀어야지 사유재산권을 제한하거나 전방위적 세무조사를 동원하는 식이 바람직한가

“부동산은 공급이 제한되는 재화로 일종의 독점적 재화다. 단순히 시장논리로는 안된다. 부동산은 국민의 생필품이고 또한 서민생활의 기초일 뿐만 아니라 길게 보면 경쟁력의 토대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갔다가 꺼지면 시장이고 뭐고 없다. IMF 위기 같은 것을 다시 맞이할 수 있고 일본의 10년 침체와 같은 경제위기나 파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거품이 들어가는 것은 경제 안정을 위해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 탈세가 있으니 세무조사를 하는 것 아니겠나. 쓸 수 있는 수단, 합법적인 수단은 다 쓰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입시문제

_ 본고사 논란을 나쁜 뉴스로 꼽은 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본고사가 꼭 부활돼야 하나. 대학에 권하고 싶은 것은 1,000분의 1 수재를 꼭 뽑으려 하지 말고 100분의 1 수재를 데리고 가서 교육을 잘할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최고를 뽑는 기술을 가진 대학이 아니라 최고로 잘 가르치는 대학이 돼야 한다. 몇몇 대학이 최고 학생을 뽑아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고교 공교육을 다 망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어떻게 해서든 본고사 부활은 막는다고 정부가 선언한 것이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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